연합뉴스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의 와그너 용병단에서 탈영한 전 사령관이 노르웨이로 도망쳐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죄수들이 학대받고 살해되는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꼈다고 주장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7월 와그너와 4개월 계약을 맺었다. 고아인 그는 러시아 군에 입대한 이후 교도소에서 군 생활을 하다 와그너와 계약했다.
메드베데프는 와그너에서 도망친 탈병영들이 체포되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인권단체 굴라그.넷(Gulagu.net)과 인터뷰에서 "나는 공포 속에서 죽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메드베데프가 러시아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
연합뉴스그는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와그너와 계약이 계속 연장돼 불만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또 와그너가 전방에 투입한 러시아 죄수들이 학대받고 살해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와그너 용병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크라이나에 대규모로 죄수를 투입하기 시작했고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와그너의 내부 경비대가 극단적인 취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같은 부대원 중 1명은 쇠망치로 처형됐다.
메드베데프는 철조망을 뚫고 눈 덮인 국경을 넘었다. 노르웨이 국경을 넘을 때 국경수비대가 총을 쏘는 소리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지역 경찰은 "북극권 북쪽에 있는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국경을 넘은 외국인을 체포했고, 그가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의 노르웨이 변호인은 "그가 오슬로 지역에 있다"면서 "출입국 당국이 가능한 한 빨리 그의 목격자 자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전쟁 범죄 수사를 책임지는 노르웨이 형사경찰국은 메드베데프를 신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와그너 용병단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그의 변호인은 조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그가 전투에 참여했지만 민간인과 접촉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와그너 용병단 설립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메드베데프가 와그너의 노르웨이인 부대에서 일했고, 죄수들을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대변인을 통해 공개한 성명을 통해 "그는 매우 위험한 인물로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죄수들의 학대와 살해 의혹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밖에 대규모 피해를 입었고, 동의 없이 계약을 연장한다는 메드베데프의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