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두 번째 소환조사에 결국 응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불출석 요구가 많았지만, 이 대표가 민주당 원팀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검찰 소환에 정면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장외투쟁 움직임까지 관측된다.
"나도 몰랐다"…이재명, 다시 출석 결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는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또다시 검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18일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수없이 많은 현안들이 있는 이 상황에서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니 27일이 아닌 28일에 출석하겠다"라고 밝혔다. 애초 소환통보 날짜(1월27일)를 변경하는 등 검찰과의 기싸움은 이어가면서 동시에 국정·당무 등 할 일은 하면서 조사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명분과 실리를 다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이 대표의 불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검찰은 출석 여부 상관없이 어차피 (이 대표의) 피의사실을 공표할 것"이라며 소환조사 출석을 극구 반대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18일 이 대표의 입장 발표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체로 의원들은 검찰의 소환 요구는 정치탄압을 위한 부당한 망신주기이므로 응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불출석 시 당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질 우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이후 불거질 수 있는 '방탄국회' 논란까지 고려해 이 대표가 직접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망원시장 현장에 동행했던 정청래 최고위원도 "나도 몰랐다. (이 대표가) 갑자기 말씀하신 거여서 옆에서 듣고 알았다"라며 검찰 출석이 이 대표 개인의 결단임을 강조했다.
원팀행보 의식…당 지도부 내에선 '장외투쟁' 기류도
지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 사의재 창립기자회견'에서 정세균 전 총리,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참석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기로 한 날 '사의재(四宜齋)'가 정식 출범했다. 사의재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이다. 같은 날 당내 친문재인계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연구원'도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두 모임 모두 '민주당의 역량 강화'가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당이 사법리스크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친문재인계가 뭉쳐 친이재명계를 견제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가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가 자신의 검찰 이슈에 매몰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에게 설 선물을 전달하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책방을 열기로 하는 등 세를 공식화하는 모양새다. 결국 최근 친문재인계의 결집이 당장 이 대표를 공격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확대해석하긴 어렵겠지만, 이 대표 유고 시 스스로가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도 오는 28일 검찰 소환조사에 당당히 응해 사법리스크를 결자해지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당 지도부 내에서는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의 한 최고위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검찰이 야당 대표를 두 번, 세 번 계속 소환해 망신주기를 이어간다면 당내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을 포함한 당원들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 집회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