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노동을 주제로 한 시민 캠페인 '퀴즈쇼 노란봉투를 열어라!'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손잡고 제공한국에서 정리해고는 언제 도입됐을까? 이반 일리치가 인류 역사상 노동을 세 가지로 구분할 때, '대가가 주어지지 않지만 해야 하는 노동'을 뭐라고 할까? 항일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인 강주룡이 한국 최초의 노동자 고공 투쟁을 벌인 곳은 어디일까? 폴 라파르그가 쓴 책 '게으를 수 있는 권리'에서 사회를 유지하는 데 무리 없다고 주장한 하루 노동시간은 몇 시간일까? ('예상 문제집 X 100' 중)
딱딱하고 어려워 보였던 '노동'을 '일상'을 사는 '나의 문제'로 여기고 이해하기 위한 시민 캠페인 '퀴즈쇼_노란봉투를 열어라!'가 시작된다. 시민들의 노동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으로 기획됐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손에손을잡고)와 시사 주간지 '시사IN', [프로젝트그룹_노란봉투를 열어라!](이하 주최 측)는 오늘(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작발표회를 개최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제정을 위한 버라이어티 퀴즈 쇼 '퀴즈쇼_노란봉투를 열어라!'는 '노동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퀴즈쇼 기획팀은 "'노동권'과 '노동조합'이 무겁고 어려운 이슈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며,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양구 총괄은 "대부분 시민은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는데, 노동문제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만의 문제로 보이는 건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관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시민들에게도 노동자 당사자로서의 관점을 가져보도록 인식을 확장하고 싶었다"라며 '퀴즈 쇼'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래군 손잡고 대표는 "손잡고가 노란봉투법 입법운동을 9년째 지속하면서 벽으로 느껴진 부분 중 하나가 '노동'에 대한 접근이 시민들에게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이라며, "진지하고 엄숙한 것보다 시민들이 쉽게 참여하면서 노동권이 시민권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노동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손잡고 공식 홈페이지퀴즈 쇼는 △시민들이 직접 출제한 일상에서 발견한 '노동' 문제를 예상 문제집으로 제작하는 '문제 출제' △예상 문제집에서 기출 문제를 선정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퀴즈를 내는 공연행사 '퀴즈 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박 대표는 "문화기획자, 공연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방식의 시민참여형 캠페인을 준비했다. 직접 문제를 출제하고, 또는 선수로 참가하면서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노동을 '내 문제'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고 전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파업 참여 노동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법이다. 현행 노조법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를 보면, 합법 파업일 때는 기업이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은 합법·불법 여부와 무관하게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 운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와 비판이 지속돼 왔다. '손잡고'에 따르면, 198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기업들이 파업 노동자 등에게 제기한 손배소 액수는 3160억 원이 넘는다.
시작은 '노란봉투' 캠페인이었다. 2014년 주부 배춘환씨가 4만 7천 원을 노란봉투에 넣어 시사IN에 보낸 것이 '노란봉투법'의 출발점이 됐고, 이후 가수 이효리가 이에 동참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시민제작위원을 대표해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춘환씨는 "노동 인식 개선에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모아보자"라며 "노란봉투 캠페인 때처럼 조금의 소액들이 모이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노란봉투를 열어라!' 퀴즈 쇼는 오는 5월 13일 열린다. 참가비는 무료이고 참여 인원은 150명 내외이며 국적·나이·성별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마감은 3월 31일이다.
퀴즈 쇼 참가, 퀴즈 쇼 출제 신청(마감 4월 10일)은 '퀴즈 쇼_노란봉투를 열어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기사 첫 문단에 나온 문제들의 답 역시 공식 홈페이지 내 '예상 문제집 100선'에서 확인 가능하며, 후원 페이지도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