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카이와 박은태가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ryousanta@yna.co.kr (끝) 연합뉴스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전 세계 초연하는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공개하는 자리인 만큼 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 베토벤의 명곡을 차용한 넘버들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루드비히 반 베토벤과 안토니 브렌타노의 불멸의 사랑이 무대를 수놓았다.
뮤지컬 '베토벤'은 한 통의 편지에서 출발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베토벤이 사망한 후 그의 유품에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가 발견됐다. 부치지 못한 이 편지는 1812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작성됐다. 그 시기, 프라하를 방문한 사람 중 안토니 브렌타노가 있었고, 그때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을 거라는 가정 하에 1810~1812년을 작품의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드라마 투르기)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베토벤의 일생을 담은 서사보다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시기를 골랐다. 1810~1812년은 베토벤에게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적인 상황과 불멸의 연인을 만나는 환희에 찬 순간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시기"라며 "관객으로서 베토벤의 절망과 고통을 함께 하지만 그 가운데 탄생한 아름다운 음악처럼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는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이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했다. 장면 곳곳에서 교향곡 3번(영웅), 교향곡 5번(운명),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 등을 차용한 넘버를 들을 수 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의 카이는 "평소 클래식을 즐겨 듣기 때문에 '베토벤 음악이 완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대에서 뭔가를 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박은태는 "뮤지컬은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잘 전달해야 하는 만큼 음악에 짓눌리지 않고,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작가 미하엘 쿤체(80)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78) 콤비가 7년의 준비 끝에 내놓은 신작이다. 카이는 "위대한 시작은 이질감에서 나온다. 베토벤의 음악을 로큰롤 스타일로 변형시킨 르베이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며 "베토벤이 하늘에서 우리 작품을 보면서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은 카이, 박은태와 함께 박효신이 번갈아 연기한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박효신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 절규나 절절함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박은태는 섬세한 감정연기와 미성으로 베토벤의 환희, 분노 등 여러 색깔을 보여준다. 또 카이는 가장 클래식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한 가운데 어떻게 그렇게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을까. 쿤체는 '사랑'에서 답을 찾았다. '안토니 브렌타노' 역의 윤공주는 "창작 초연이다 보니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관객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조정은은 "두 사람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된 게 아니라 사랑은 위대하고 불멸하다는 메시지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옥주현도 '안토니 브렌타노' 역으로 열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