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나경원 전 의원·안철수 의원(왼쪽부터). 윤창원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당 대표를 향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가 강한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나 전 의원의 지지층, 즉 '정통 보수층'의 표가 자신에게 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김 의원 측과, '수도권 주자'에게 힘을 실어준 지지층의 표가 자신에게 향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안 의원 측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25일 나 전 의원의 불출마 발표로 우선 미소 짓는 쪽은 김 의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과 나 의원 사이 공통분모가 크다는 해석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듯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은 시점상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나 전 의원과 손잡고 보다 나은 대한민국, 사랑받는 국민의힘을 만들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고 아쉽다"며 "출마했다면 당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당대회에 국민들의 관심도 더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독려했던 입장의 연장선에 있는 표현이다.
다만 승패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양자구도'가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각 당권주자가 다르게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의 출마 무산으로 분산될 표심에 대한 해석 차 때문이다.
우선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이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지지층이란 추정은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점이다. 김 의원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철새 정치인이라거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정치인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한편, '차기 대통령선거 관련 행보를 계속하는 사람'이 당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사실상 안 의원을 겨냥한 지적이다.
김 의원과 나 전 의원 사이 공통분모가 큰 것도 이들 지지층의 표심 잡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 캠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을 지지한 이들은 나 전 의원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를 아꼈던 분들이다. 이분들의 입장에서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미래에 애정이 있다면, 김 의원이 더 믿을 만한 리더라고 볼 것"이라며 "탈당 없이 당적을 지키고, 원내대표를 거치는 등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의 정치 행보가 결이 비슷한 점에서도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반면 안 의원 측은 사뭇 다른 시각을 가졌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나 전 의원이 '수도권 전방 지휘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조했던 만큼, 여기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 전 의원께서 원하시는 방향이 수도권에서의 승리 아닌가. 이는 우리 전체 당원들의 바람이기도 하다"며 "반드시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되고 당 대표로 선출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안 의원 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 의원 캠프 관계자는 "다자구도에서 안 의원이 열세이더라도, 양자 대결로 좁힌 결선투표에서 안 의원이 우세하다면, 결국 다자구도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한 나 전 의원에 대한 표심의 향방을 보여준다"며 "여기서 우세하다는 것은 결국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지층이 상당 부분 안 의원을 향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을 지지한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당의 전통 지지층이다. 이분들이 '비윤' '반윤'일 수가 있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좀 더 가벼워진 당권 전선이 안 의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양측 모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엔 결국 상황상 조직력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큰데, 당을 옮겨온 안 의원에게 이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한다"는 한편 "오는 3월 초 전당대회까지 한 달여가 남은 가운데 불출마 결정 과정에서 '윤심(尹心)' 논란으로 잡음이 컸다. 김 의원 입장에서 이같은 상흔을 어떻게 수습할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