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란에서 올해에만 최소 55명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AF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이란에서 최소 55건의 사형 집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반정부 시위 혐의로 기소된 최소 107명이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IHR는 덧붙였다.
IHR은 이란 정부가 작년 9월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사형 집행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IHR은 "이란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형 집행은 정치적"이라며 "주요 목적은 사회적 공포와 두려움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HR 책임자 메흐무드 아미리 모가담은 "이란의 '처형 기계'를 멈추기 위해서는 정치적인지, 비정치적인지와 관계없이 어떠한 사형 집행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 사회의 관심 부족이 시위자 처형에 소요되는 정치적 비용을 낮출 위험이 있다"며 이란의 비인권적 상황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처벌하기 위해 형사 절차를 무기화한 것은 국가가 살인을 승인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AI)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작년 9월 마잔다란주(州)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 도중 정부 건물 등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방화를 선동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3명이 구금 도중 태형과 전기충격, 살해위협, 성폭력 등 끔찍한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31세 자바드 루히는 고환에 얼음이 올려지는 등 성폭력을 동반한 고문을 당했으며, 19세 메디 모하마디파르드는 쥐가 들끓는 독방에서 일주일간 감금된 채 성폭행을 당해 직장 출혈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18세 아르시아 탁다스탄은 구타와 살해위협을 당했고,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머리에 총부리가 겨누어진 채 자백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IHR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이란에서 집행된 사형 건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해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IHR는 지난달 초에 이란에서 작년에 500명 이상이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이는 지난 5년간 최다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2021년에는 333명, 2020년에는 267명이 사형에 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