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금호동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 박성은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 '위험천만'…안전 대책 매뉴얼 '안전관리계획서' 부실 ②광주도시철도 2호선 안전관리계획서 작성부터 검토·승인까지 '총체적 부실' (계속) |
6개 공구 중 4개 공구 안전계획서 일부 내용 같아 '베끼기' 지적
광주도시철도 2호선 1단계 한 건설업체가 광주시에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
교통영향을 비롯한 주변 교통 여건 조사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다른 시공업체들의 안전관리계획서에는 하지도 않은 교통영향을 분석했다고 돼 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1공구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제공특히 반드시 포함돼야 할 교통안전사고 예방대책이 누락돼 있는 경우도 있다.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안전관리계획의 수립기준에 주변 교통 여건 및 환경요소 등 현장 여건을 분석해 공사장 주변의 교통사고예방대책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3개 공구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 목차를 비교한 모습.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제공1, 3, 4, 6공구의 경우 '교통안전 준수사항'과 '주변 및 교통과의 안전연계' 내용이 똑같아 베끼기 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장 주변 현장 여건이 전혀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공구별로 주변 교통 상황이 다름에도, 4개 공구의 안전관리계획서에 제시된 주변통행·안전연계계획은 '일반인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도로를 공사용으로 이용할 경우 점용허가 조건에 적합한 조치를 취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4개 공구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 일부를 비교한 모습.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제공 이에 대해 한 시공사 관계자는 "교통 영향 평가를 하겠다고 했지만 안전관리계획서에 관련 내용이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지하철 공사를 하면 안전관리계획서를 이렇게 작성해 제출해왔고 승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도시철도 2호선 1단계 6개 시공업체가 지난 2019년 발주처인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에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는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이 빠진 부실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산업현장단 최명기 교수는 "공사를 하기 전에 실제 공사를 하면 어떤 사고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상을 해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안전관리계획서 핵심"이라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을 경우 제대로된 안전관리계획서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부실한 안전관리계획서…최소 3단계 검토 거치지만 엉터리 승인
안전관리계획서는 왜 부실하게 제출되고 승인받는 걸까. 시공업체는 안전관리계획서를 대행업체에 맡겨 작성한 뒤 공사감독자인 감리단과 국토안전관리원의 검토를 거친다. 국토안전관리원의 검토의견을 토대로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가 안전관리계획서를 최종 승인한다.
안전관리계획서 제출 및 승인 과정.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 캡처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대행업체에 공사와 관련돼 필요한 자료를 넘겨주고 대행업체에서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검토해서 수정할 사항들을 수정한다"며 "포괄적인 안전 계획은 들어가지면 세부적인 내용은 최초 단계에서 한 달 만에 작성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안전관리계획서 대행업체가 계획서를 최초로 작성하는 단계에서 부실한 계획서가 만들어지고, 시공업체와 감리단, 국토안전관리원 등 순차적으로 검토 과정을 거치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승인권한이 있는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공사부 소속 공직자들이 여러 단계를 거쳐 안전관리계획서를 승인하고 있지만 부실한 내용이 포함된 계획서는 그대로 통과되기 일쑤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행정체계상 담당자가 검토를 하고, 팀장이 검토를 한다"며 "최종적으로 문서 시행을 할 때 과장이 검토를 하니까 최소한 검토를 3단계 정도는 거친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착공 전 한 달여 동안 작성되고, 수차례 감리단과 행정 당국의 검토를 거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인 안전계획서가 만들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안전관리계획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등 무책임 행정의 결과다.
업체 봐주기식 승인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시공업체와 감리, 발주처가 안전불감증에 빠져 총체적인 안전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안전관리계획서가 원론적인 수준으로 작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착공 후에 경찰 등과 상시 협의를 통해 그때그때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시작된 이후 공사 구간에서 최소 3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안전관리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되고 승인받는 과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