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금호동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에서 한 시민이 공사 현장 앞에 멈춰서 있다. 박성은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 '위험천만'…안전 대책 매뉴얼 '안전관리계획서' 부실 ②광주도시철도 2호선 안전관리계획서 작성부터 검토·승인까지 '총체적 부실' ③광주시, 교통소통대책 작성·심의 '부실'…사업 연장 '미반영'·조례 '무용지물' ④광주도시철도 2호선 교통대책 TF 운영·상시 협의, 주먹구구식 '도마' ⑤교통안전 위험 노출된 광주도시철도 2호선…안전관리 주체들 '책임 회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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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하게 작성된 안전관리계획서와 교통소통대책을 토대로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의 안전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면서 교통안전에 대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공사 구간 턱없이 부족한 안전시설물…"사고 위험 무방비 노출"
지난 1월 31일 광주 남구 한 도로. 광주도시철도 2호선 4공구인 이 구간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 구간이 길게는 100m 이상 이어지면서 도로 중간에 마련된 임시 횡단보도로 보행자들이 오가고 있다.
광주 남구 봉선동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 횡단보도에 안전시설물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모습. 박성은 기자하지만 공사구간 한복판에 있는 횡단보도 주변에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표지판이나 조명 등이 설치되지 않아 위험천만한 모습이다. 횡단보도와 공사 구간 사이가 뚫려 있고 여기저기 놓인 건축 자재들을 피해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도로법 62조 1항에는 공사 중 보행자 전용 주의 표지와 조명 등의 안전시설물을 설치하게 돼 있다. 막상 현장에서는 보행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도시철도 2호선 2공구인 광주 서구 한 공사구간의 사정도 비슷하다.
공사장을 오가는 차량이 있을 때 배치해야 하는 교통 안내원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광주 서구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에서 교통안내 표지판 화살표가 공사장 내부를 가리키는 모습. 박성은 기자바뀐 차선을 안내하기 위한 점멸등이 잘못된 위치에 설치돼 있거나 양쪽 방향을 모두 가리키는 사례도 있다. 교통 안내를 위한 표지판이 오히려 역주행을 부추기는 등 큰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인근 도로를 지나던 한 운전자는 "도로 공사 구간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까 차선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표지판으로 차선을 안내하고 있기는 하지만 얼른 눈에 띄지 않아서 사고 위험성도 높고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법적 책임 있는 안전관리 주체들…책임 회피 '일쑤'
도로를 점용해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업체는 도로법에 따라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시설물이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보여주기식으로 갖춰 놓다 보니 보행자와 운전자의 교통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공업체는 경찰 지시에 따라 안전시설물을 충분히 설치하고 있는 만큼 공사 구간에서의 교통안전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발뺌한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안전시설물을 설치해 놓으면 경찰이 현장에 나와서 통행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며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지 안전 확보에 문제가 없는지 현장 여건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경찰"이라고 말했다.
도로법 제6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경찰은 "공사 발주처와 시공업체가 안전관리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현장 지도·감독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밤에도 빛을 반사해 눈에 더 잘 띄는 융착식으로 차선을 도색하라고 지시했지만 시공업체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일반 페인트로 자주 칠하겠다고 했다"며 "예산과 관련된 부분까지 하나하나 지시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 관계자도 "동구 산수동 사망사고 관련해 안전 조치를 지시했지만 시공사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모두 반영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가면 노면이 울퉁불퉁하는 등 문제가 많지만 현실적으로 다 지적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의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와 안전요원 배치가 부실할 경우 벌금 3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는데도 단 한 건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서에서 시설을 담당하는 경찰들은 대부분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교통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는 시공업체를 두둔하거나 지도단속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어 시공업체 봐주기 의혹마저 제기된다.
일선 구청도 엉망으로 관리되는 현장에 대한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폭이 20m 이상 도로에 대해서는 광주시에서 관할하고 있다"며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에 대해서도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광주시 사무위임 조례에는 관할구역 안의 도로에 관해 구청은 도로점용의 허가나 관리 및 단속에 책임이 있다고 규정돼 책임 있는 행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처럼 광주 지하철 공사 구간의 교통안전 대책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들이 다른 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안전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시철도 공사와 같이 장기간 대규모로 진행되는 공사에 대한 교통안전 관리는 일반 도로 공사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유정훈 교수는 "공사 중 교통처리계획을 세워 운영하고 있는데도 교통 체증이 극심하다면 관련 기관들이 규정대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기본적인 규칙이나 기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남대 토목공학과 오석진 교수는 "장기화되는 지하철 공사에서 교통안전 대책에 대한 전체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교통안전 관리에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 곳곳에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기준에 맞는 시설물 설치 등 안전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