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한국배구연맹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는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의 다짐에 모마와 유서연이 재치 있는 입담으로 화답했다.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GS칼텍스와 페퍼저축은행의 여자부 5라운드 맞대결. GS칼텍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3연패의 수렁에 빠져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GS칼텍스는 봄 배구 진출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승점 33으로 5위에 머물러 있던 GS칼텍스는 3위 한국도로공사(승점 44)와 11점 차로 포스트 시즌을 향한 전망이 어두워 보였다.
경기 전 차 감독은 "승점 싸움에서 타이트하게 가야 하는 상황인데,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전 경기에서의 패배로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공격을 시도하는 모마. 한국배구연맹하지만 이날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깔끔한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환하게 웃었다. 차 감독은 경기 후 "오늘도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더 힘들어졌을 텐데 고비를 넘긴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답답한 마음에 선수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지만, 이날은 경기 내내 밝은 모습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차 감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선수들도 힘들 거란 생각을 했다"면서 "최근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해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연패가 길어진 상황에서 선수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모마는 "감독님은 팀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코트에서 즐기면서 방법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고, 유서연은 "직전 경기에서 지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차 감독은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목청껏 작전을 지시했다. 모마가 "감독님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충혈돼 있어서 숨기려 해도 티가 났다"고 말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GS칼텍스 아웃사이드 히터 유서연. 한국배구연맹차 감독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라본 유서연은 "한 팀을 이끌어가는 감독이다 보니 많이 힘드실 거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도 지면 당연히 힘든데 감독님은 책임을 지셔야 하니까 더 힘드셨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다만 선수들에게 호통을 친 것에 대해 반성한다는 차 감독의 말에는 농담 섞인 의심을 품었다. 모마는 "감독님이 바뀌겠다고 하셨지만 거짓말이다. 잘못하면 또 뭐라고 할 게 뻔하다"고 웃었고, 유서연은 "나도 모마와 같은 생각이다. 아직 그 말씀을 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모마는 이날 양 팀 최다인 23점에 공격 성공률 58.82%로 화력을 뽐냈다. 유서연은 10점에 공격 성공률 42.86%로 힘을 보탰다.
GS칼텍스는 모마와 유서연의 활약에 힘입어 승점 3을 따냈고, 12승 14패 승점 36을 쌓으면서 4위로 도약했다. 3위 한국도로공사(승점 44)와 격차를 8점으로 좁혔다. 3위와 승점 격차가 3 이하일 경우 성사되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한걸음 나아갔다.
두 선수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뒤 봄 배구 진출을 향한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모마는 "아직 리그가 많이 남았다. 더 열심히 하면 봄 배구에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유서연은 "여자 배구의 흥행을 위해 우리가 따라붙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