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레나를 끌어 안고 있는 김연경. 한국배구연맹최근 흥국생명은 변칙 전술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3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처음 꺼내든 변화다. 흥국생명 김대경 감독 대행은 '배구 여제' 김연경과 외국인 선수 옐레나를 전·후위에 나눠 대각으로 두고 공격 전개를 풀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연경은 양 팀 최다인 25점에 공격 성공률 50%로 화력을 뽐냈고, 옐레나는 16점에 공격 성공률 36.36%로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꺾었다.
김 대행은 7일 열린 1위 현대건설과 맞대결에서도 이 전술을 가동했다. 승점 3이 뒤졌던 2위 흥국생명에겐 현대건설을 추격할 절호의 기회였다. 승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과감한 변화는 도리어 독이 될 수 있지만 그는 강단 있게 맞섰다.
이번에도 김 대행의 선택은 적중했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완파했다. 승점 3을 수확하며 현대건설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김연경이 양 팀 최다인 22점에 공격 성공률 38.89%, 옐레나가 20점에 공격 성공률 48.72%로 활약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패장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경기 후 흥국생명의 변칙 기용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전위(김연경)에서 처리하는 공격이 좋았다. 우린 막지 못했다"면서 "흥국생명이 장점을 잘 살렸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흥국생명 세터 이원정. 한국배구연맹김 대행의 변칙 전술에선 세터 이원정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에서 흥국생명에 새 둥지를 튼 이원정은 5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최근 흥국생명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기존 주전 세터 김다솔을 벤치에 앉히며 변화를 꾀한 것. 김 대행은 "김다솔의 플레이는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분석이 많이 됐고, 이원정은 선발로 뛴 경기가 적어서 분석이 덜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연경의 공격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기존 전술을 가동한 지난달 25일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김연경의 점유율은 23.4%에 불과했다. 하지만 변칙 기용을 통해 3일 KGC인삼공사전에서 37.7%, 7일 현대건설전에서 41.86%으로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 대행은 "이원정이 김연경의 점유율이 끌어올려 공격 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연경의 점유율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레 옐레나에 몰리는 공격이 분산됐다. 김연경은 이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변칙 전술을 통해) 앞으로 경기력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옐레나는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계속 연습하고 있고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