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 3년간 제로코로나를 고집하던 중국이 급격히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누적된 부채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올해 정부가 나서 돈을 풀고, 또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도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중국은 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데다, 확장적 경제정책을 통해 경기가 활성화되고 세수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회복이 우선' 최악 부채에도 올해 돈 더 푼다
연합뉴스중국 관영매체 더페이퍼에 따르면 중국 채권 네트워크에서 각 지방정부 재무부서가 공개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전체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 규모는 6434억 9300만 위안(약 119조 39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천문학적 재정을 방역에 쏟아 부었던 지난해 1월 5837억 위안에 비해서도 1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중국 지방정부는 채권을 발행해 각종 정책 집행에 사용하는데 지난해 지방정부의 부채 이자가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82조 원)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 중국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는 8조 9600억 위안(약 163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할 것 없이 심각한 부채 문제에 직면했지만, 오히려 채권 발행 규모를 늘리는 등 부채를 걱정하기 보다는 확장 재정을 통해 리오프닝에 나서고 있는 것.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다른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에도 중국 특유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 만기 2차례, 5년 만기 3차례 각각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 이후에는 LPR을 5개월째 동결했지만 조만간 다시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9일 중국 경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3월 정부 예산이 승인되고 재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통화 정책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1분기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인민은행은 금리 조정과 함께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다 정저우와 주하이 등 20개 도시에서 생애 첫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 밑으로 떨어지는 등 중국 각지에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자체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물가 크게 올라 2.3%…'세수 늘 것' 기대감
연합뉴스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1년치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관리 목표치인 3%를 밑돌고 있다. 또, 올해 1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1.8%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위드코로나 전환과 춘제연휴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 등을 고려하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해 "중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10년 동안 목표치인 3%를 밑돌았다"면서 "최근 선진국의 소비자 물가가 치솟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중국이 낙관하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동시에 "정부가 개인에게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회복지가 충분하지 않아 결근 위험이 낮고, 실업률이 여전히 높아 일자리 경쟁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 압박이 다른 곳보다 치열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사회복지 시스템의 미비를 물가 상승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확장적 경제 정책으로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이를 통해 소비가 살아나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세수 확대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금융매체 시큐리티 타임스(Securities Times)는 9일 중국의 31개 성(省)급 행정구역 가운데 최소 26개 행정구역은 세금을 포함한 일반 공공 예산 수입이 올해 5% 이상 증가하고, 그 가운데 11곳은 토지 매각 수입을 포함한 정부 기금 예산 수입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경제가 회복되면서 세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의 급속한 성장으로 지방 정부의 낙관론이 더욱 커졌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