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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하이브, '라이벌' SM 인수 시작…지분 싸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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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고들기]하이브, '라이벌' SM 인수 시작…지분 싸움 가열

    핵심요약

    SM, 이수만 단일 총괄 프로듀서→'멀티 체제' 골자로 한 'SM 3.0' 발표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 맺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지분 9.05% 넘겨
    창립자 이수만 '위법한 결의'라며 발행 금지 가처분
    하이브, 이수만 지분 14.8% 전격 인수해 최대 주주 오를 예정
    카카오+SM 대 하이브+이수만 '세 대결'로 좁혀져

    왼쪽부터 하이브, SM 로고,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카카오 로고. 각 사 제공/제작 : 김수정 기자왼쪽부터 하이브, SM 로고,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카카오 로고. 각 사 제공/제작 : 김수정 기자'이수만 단일 총괄 프로듀서 체제' 아닌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도입을 핵심으로 한 'SM 3.0' 발표(2월 3일)→SM과 카카오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및 카카오의 SM 지분 9.05% 확보 계획(2월 7일)→이수만 대주주의 SM 상대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2월 8일)→SM 지분 공개 매수 등을 지속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하이브의 발표(2월 9일)→하이브가 이수만 SM 지분 14.8% 인수해 최대 주주 등극 예정(2월 10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둘러싸고 이 같은 굵직한 일이 벌어지기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공식 직함이 없는 이수만씨가 단일 총괄 프로듀서이자 SM의 정체성으로서 오랫동안 강력한 사실상의 '오너십'을 행사한 것은 SM이 내려놔야 할 짐이었다.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개혁'에 시동을 걸었고 이달 3일 'SM 3.0'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20년간 지속한 '이수만 총괄 단일 체제' 대신 제작 시스템과 프로듀싱을 분산해 팬과 주주 중심의 회사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수만 '대주주'와 SM 현 경영진의 갈등이 격화된 것은 지난 7일 이루어진 SM과 카카오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었다. SM은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신주 123만 주 1119억 원을 조달하고, 전환사채 1052억 원을 발행한다고 알렸다.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 완료되면 카카오는 지분 9.05%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내용이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내 맞섰다.

    SM+카카오 대 이 전 총괄 대결로 흐르는 듯 보였으나, 하이브가 SM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고 하이브는 9일 공시를 통해 '공개 매수' 등을 검토 중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공시 시점(9일 저녁 6시) 기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바로 다음 날인 10일 아침, 하이브는 이 전 총괄 지분 14.8%를 인수했으며 소액 주주를 대상으로 지분 공개 매수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간 플레디스, 쏘스뮤직,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등 국내는 물론 이타카 홀딩스, QC 미디어 홀딩스 등 국외 기업까지 인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워온 하이브가 SM 인수 작업 첫발을 뗀 셈이다.

    하이브의 SM 인수 작업은 빌보드, 로이터, CNN 비즈니스, 버라이어티,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센세이셔널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기술 대기업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K팝의 아버지(이수만)와 협력해 혼돈의 싸움판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라고 보도했다. 하이브가 '라이벌' SM을 인수했다고 전한 버라이어티는 이번 결정이 "음악에 뿌리를 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을 건설하겠다는 회사 사명에 부합한다"라고 바라봤다.

    이수만 지분 확보한 하이브가 그리는 그림

    왼쪽부터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각 사 제공왼쪽부터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각 사 제공"SM과 하이브를 세계 대중음악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시키기 위해 손을 맞잡았습니다. 이를 통해 K팝의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라는 공동의 비전 달성을 함께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이브-이수만 공동 성명서 중)

    하이브에 따르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K팝의 미래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해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 방 의장은 이 전 총괄이 올해 초 선포한 '휴머니티 & 서스테이너빌리티'(Humanity and Sustainability) 캠페인에 깊이 공감해 '지속 가능한 K팝 영향력 활용'을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의장은 "SM과 이 전 총괄이 지향해 온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하였으며, 하이브의 내재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라며 "SM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선진화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SM과 하이브는 K팝의 세계화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각자 축적한 역량을 종합해 레이블과 플랫폼을 필두로 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강력한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현 플랫폼을 더욱 확장해 세계의 팬들이 더 많은 아티스트와 만나며 K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예고했다.

    음악 사업을 넘어 '레이블-솔루션-플랫폼'이라는 더 큰 영역을 다루고자 '하이브'로 새 단장한 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음악 레이블을 흡수하며 덩치를 키워온 하이브의 시가 총액은 66억 달러로 추정된다. 하이브가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을 다수 성공시킨 SM(시가 총액 18억 5천만 달러 추정)의 최대 주주가 되면, 업계에서 더욱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3분기 기준 하이브 매출은 44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했다. 앨범·공연·광고 등으로 구성된 직접 참여형 매출액은 2062억 원이었고, MD 및 라이선싱·콘텐츠·팬클럽 등이 포함된 간접 참여형 매출액은 2393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606억 원이었다. 현재 빅히트 뮤직(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세븐틴·백호·황민현·프로미스나인),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지코), 쏘스뮤직(르세라핌), 어도어(뉴진스) 등 다양한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SM 매출은 2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영업이익은 2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인 254억 원보다 실제 영업이익이 높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웨이션브이, 에스파 등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다.

    지배구조 개선 나서겠다고 공표

    전자공시시스템 캡처전자공시시스템 캡처또한 하이브는 시장에서 약점으로 여겨 우려가 나온 부분에 관해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향후 이 전 총괄 거취를 두고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거나 프로듀서로 SM에 복귀한다" "SM의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오랜 시간 필요성이 대두된 '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괄이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온 '구조'는 SM의 해묵은 숙제였다. 소액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이 전 총괄이 프로듀서 용역계약을 통해 1427억 원(2022년 3분기 기준)을 가져간 것이 기업 가치 저평가의 주요인이라며 지난해 3월부터 본격 주주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얼라인은 용역비 지급 규모가 커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SM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임명한 당사자인 이 전 총괄이 거래 상대방이기에 SM이 거래 조건의 적정성을 검토해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협상하고 더 나은 대안을 내놓는 게 "구조적으로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라이크기획 용역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거래 규모와 조건에 관해서는 주주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는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 전 총괄의 요청으로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이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조기 종료돼 이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얼라인이 SM-라이크기획 간 '계약 종료 후 정산에 관한 약정' 내용을 최근 폭로해, 이 전 총괄이 이렇다 할 명분 없이 거액을 챙긴다는 비판이 다시금 제기됐다. 약정을 보면, 이 전 총괄은 용역 의무 없이 기존 발매 음반·음원 수익에 관해 2092년까지 로열티 6%, 2025년 말까지 매니지먼트 수익에서 로열티 3%를 수취하게 돼 있다. 얼라인은 첫 3년간 400억 이상, 향후 10년간 500억 이상 지급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은) 라이크기획과 SM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몰조항에 따라 일부 수수료가 이 전 총괄에게 지급되는 내용을,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지급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알렸다. 이 전 총괄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드림메이커, SM브랜드마케팅 등 계열사 지분도 전량 매각하고 잔여 로열티도 수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카카오와 손잡은 SM, 하이브 뛰어들자 "적대적 인수합병 반대"

    왼쪽부터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탁영준 공동 대표이사. SM엔터테인먼트 제공왼쪽부터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탁영준 공동 대표이사. SM엔터테인먼트 제공SM은 지난해 말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종료를 시작으로 △내부거래위원회 설치해 내부 거래 면밀 검토 △우수 인재 동기 부여를 위한 보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통해 이사회 독립성 유지 △비핵심 자산 매각 △향후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 최소 20% 주주에 환원 등 얼라인과 12가지를 합의해 올해 초부터 거버넌스 개선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지난 3일 나온 'SM 3.0' 1차 발표엔 더욱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다. 제작센터와 레이블 체계를 분산하는 '멀티' 전략으로 △SM이 쌓아온 프로듀싱 역량을 다수의 제작센터와 레이블로 나눠 체계화해 사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 △각 제작센터에 아티스트 전담 및 제작/핵심 기능 배치, 독립적인 의사결정 보장해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창출력 강화 △제작센터별 창작 자율성을 존중해 SM의 음악 커버리지 확대 △아티스트의 생애주기별로 책임과 권한 일치해 맞춤 자원 관리를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SM은 'SM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된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한편, 2171억 원(유증 1119억+전환사채 1052억)의 자금 조달을 통해 주주 구성에도 변화를 주고자 했다. 이 자금은 'SM 3.0' 전략 추진을 위한 글로벌 음악 퍼블리싱사업, 글로벌 사업 확대, 국내외 레이블 인수 등에 쓰인다는 게 SM 설명이다.

    국민연금공단(8.96%)과 KB자산운용(5.12%) 등이 이 전 총괄에 비판적인 상황에서, 전략적 제휴로 카카오(9.05%)를 2대 주주에 앉혀 주도권을 잡으려던 SM은 하이브의 등장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 전 총괄이 가지고 있던 352만 3420주를 4228억 원에 사들인 하이브(14.8%)는 최대 주주가 됐고, 공개 매수 비율로 25%를 제시해 약 40%의 지분 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SM은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인수 합병(M&A) 반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한 후, 팬과 주주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지켜봐 달라며, 'SM 3.0' 사업 전략 후속 발표도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한다고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카카오+SM 대 하이브+이수만이라는 '세 불리기 싸움'이 된 판국, 관건은 이 전 총괄이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가처분 결과와 SM 주주총회다. 이 전 총괄은 법원에 최대한 빠른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SM 주총은 3월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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