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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K팝은 대체 뭘까? 뻗어나간 질문, 다큐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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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K팝은 대체 뭘까? 뻗어나간 질문, 다큐로 탄생

    핵심요약

    정형진·차우진·임홍재·이예지·김선형 등 제작진 5인 온라인 인터뷰
    팬덤·세대·미디어·젠더·산업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국내 최초 K팝 다큐
    총 22팀 53명의 아이돌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 팬 등 두루 취재
    첫 편 주제는 팬들의 다양한 활동 다룬 '덕질'
    "팬 대상화하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과정이 가장 어려워"
    "100명의 팬이 있으면 100개의 관점이 있고 경험이 있다"

    지난달 26일 첫 공개된 K팝 다큐멘터리 시리즈 '케이팝 제너레이션' 포스터. 티빙 제공지난달 26일 첫 공개된 K팝 다큐멘터리 시리즈 '케이팝 제너레이션' 포스터. 티빙 제공지난달 26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케이팝 제너레이션' 첫 회 주제인 '덕질'(Duckzill). 좋아하는 것에 깊이 심취해 열정을 보이는 오타쿠에서 파생한 '덕후'와 '그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질'을 합친 말이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아티스트가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자를 넘어 또 하나의 창작자로 발전한 팬덤의 다양한 활동 양상과 의미를 짚어냈다.

    K팝 아이돌, 음악평론가, 음악 전문 프로그램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제작사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만든 결과물인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기획에만 2년이 걸렸다. '팬덤·세대·미디어·젠더·산업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국내 최초 K팝 다큐'를 표방하는 만큼,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자 노력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케이팝 제너레이션' 온라인 인터뷰에서 제작진은 '다층적' '다각적' 접근에 신경 썼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정형진 패치웍스 대표는 "이걸(다큐를) 준비하면서 세대가 바뀌는 걸 많이 느꼈다. 새로운 사건과 현상을 다중적인 맥락에서 짚어주는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인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대중문화는 산업이기도 하고 문화이기도 하면서 복잡한 것들이 동시에 얽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K팝을 정확하게 보려면 360도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특히나 K팝의 특징이나 특성상 기획사, 아티스트, 팬덤 세 개의 주체가 굉장히 균형감 있게 공존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팬덤, 창작자, 실제 사업하는 주체 중심으로 나눠 접근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줄 왼쪽부터 기획 총괄 프로듀서 정형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차우진, 책임 프로듀서 임홍재, 뒷줄 왼쪽부터 연출 이예지, 김선형. 티빙 제공앞줄 왼쪽부터 기획 총괄 프로듀서 정형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차우진, 책임 프로듀서 임홍재, 뒷줄 왼쪽부터 연출 이예지, 김선형. 티빙 제공시리즈물의 첫 편은 팬덤의 여러 활동을 다룬 '덕질'이다. 제작진은 '덕질' 편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임홍재 책임 프로듀서는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아이돌과 달리, 비연예인인 팬들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내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임 책임 PD는 "이전까지는 단순히 음악 감상하고 구매하고 지지하는 정도의 단계가 있었다면, (이들을) 카메라 앞에 나서는 단계까지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저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모셔서 단순히 팬덤의 이야기를 대상화함으로써 이러한 팬들이 있다 하고 보는 게 아니라, 문화적 산업 안에서 그들이 가진 위치, 위상, 그들이 무엇을 수행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특히 더 섬세하게 준비했다고 부연했다.

    '덕질' 편을 보면 실명과 얼굴을 모두 드러낸 사람이 있고, 얼굴은 드러내지만 이름은 별명이나 익명 처리된 사람이 있고, 마스크와 2D 선글라스 처리 등 그래픽으로 얼굴을 일부 가리는 사람이 있다. 사실성을 중시하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익명'의 개인 혹은 집단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생경한 장면조차 '팬'(과 '팬덤')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제작진 설명이다.

    임 책임 PD는 "섭외 자체도 되게 어려웠지만, 정작 섭외하고 나면 얼굴 공개나 신분 노출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팬 크리에이터는 본인을 보여주기보다는 스타에 대한 애정과 2차 창작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라며 "'(출연자가) 얼굴 노출하지 않는' 다큐가 있을까 하는 데에 내부적으로 격론이 있었다. 그게 팬들이 가진 고유한 정서이고, 자기가 드러나기보다 오히려 스타에 애정을 갖고 결과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태도가 반영된 그림이 아닐까 했다"라고 밝혔다.

    '케이팝 제너레이션' 첫 회 '덕질' 편 캡처 '케이팝 제너레이션' 첫 회 '덕질' 편 캡처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올리기 위한 음악 반복 재생 행위인 '스트리밍 총공'을 포함해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기 위한 '앨범 언박싱'(앨범깡)과 포토카드 교환, 생일 카페, 영상 상영회, 가수를 닮은 인형(솜뭉치)과 팬 콘텐츠 제작 등 다채로운 '덕질'이 첫 회에 등장했다. 한국 팬들이 시작한 여러 가지 문화는 K팝을 사랑하고 즐기는 타 국가 팬들에게도 점차 스미고 퍼져나가는 중이다.

    이 같은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덕질'로 표현한 것을 두고 임 책임 PD는 "기존 K팝 다큐가 성과나 국가가 가진 문화 자산으로서 벌어지는 현상으로만 봤다면, (저희는) 다층적인 관점으로 보려고 했다. '덕질'이라는 고유명사화된 표현을 쓴 것도 그런 의미"라며 "팬 크리에이터(섭외)의 경우, 새로운 방식으로 산업 내에서 아티스트 위상을 높이는 분들 위주로 조금 더 고민해봤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점은, K팝은 단순하게 어떤 하나의 아티스트가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다큐에)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세대, 문화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K팝 공연, 콘텐츠, 시장, 미디어 흐름과 변화를 담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라고 소개했다.
     
    수많은 팬을 직접 마주하면서 깨졌던 선입견과 편견이 있는지 묻자, 차우진 평론가는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던 부분이 있다. 특히나 K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스테레오타입(고정관념)을 갖고 접근하는 것 같다"라며 "100명의 팬이 있으면 100개의 관점이 있고 경험이 있다. 우리 머릿속에 K팝 팬들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제작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K팝 팬은 어떻다는 생각은 지우고 접근하는 게 훨씬 더 나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티빙 제공티빙 제공연출을 맡은 이예지 PD는 "팬들이 거의 크리에이터로서, 주인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알기로는 기획사에서도 팬들 의견을 많이 수용하고 있다. 팬들이 없었다면 K팝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혼종'이 될 수는 없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과거와 지금의) 팬덤이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팬코노미'(Fan+Economy)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팬덤은 K팝을 이루는 가장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팬은 최종적인 수용자 입장이었다면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고 부가 콘텐츠를 창작하는 산업적인 측면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정서적인 면이다. 소위 '덕질'이라고 고유명사화했는데, 팬들과 아티스트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서로의 성장을 돕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첫 편 '덕질'은 팬덤과 그들의 다양한 활동을 다뤘으나,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1세대부터 4세대까지 'K팝을 하는' 당사자가 대거 등장하는 다큐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4세대 아이돌 전반이 갖는 일에 대한 생각을 확인하고 저희도 되게 놀랐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을 붙인 배경과도 연결되는데 만드는 사람, 수용하는 팬도 바뀌고 있지만 아티스트들도 세대가 바뀌고 있지 않나"라고 바라봤다.

    '케이팝 제너레이션' 1회 예고 캡처'케이팝 제너레이션' 1회 예고 캡처또 다른 연출자인 김선형 PD 역시 "이들이 자기 역할에 대해 얼마나 잘 인지하고 있는지를 잘 느꼈다. 개개인의 아티스트, 그룹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고 특히 요즘 젊은 아티스트들은 (그게) 더욱 높은 것 같다. K팝이 글로벌화하는 것에 관한 엄청난 자부심을 되게 많이 표현하더라. 저는 아티스트는 자기 음악, 자기 팬 등 자기의 것만 주장할 줄 알았는데 산업적인 측면에서 자기가 하는 역할이나 책임감, 사명감을 얘기해줘서 의외였다"라고 전했다.

    K팝 다큐멘터리 시리즈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티빙을 통해 공개된다. 오늘(2일) 나온 2편은 K팝 음악부터 비주얼 콘텐츠까지 '만들어지는 과정'을 주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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