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석 기자서울광장에 설치된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 철거 시한인 15일 오전, 유가족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참사의 책임이 없고 당당하다면 우리를 모두 시청광장에서 끌어내라"며 분향소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부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로 나와 "참사 현장에 없었던 정부가 유가족들을 불법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없이 언론 플레이와 유가족을 협박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표는 "정부와 서울시에 묻는다. 참사 책임이 없고 당당하다면 우리를 모두 시청 광장에서 끌어내라. 그러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인식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서울시의 강제철거 시도에 경고음을 냈다.
현재 분향소 주변에는 경찰 버스가 차벽을 형성해 둘러싸고 있고, 경찰 병력도 대거 투입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편, 이날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는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시장의 비정함에 말문이 막힌다"며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강제철거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전날인 14일 입장문을 통해 "무단 불법으로 설치된 현재 시설물은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시는 그러면서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시민들께서 동의하시는 분향, 추모시설 설치를 위해 유가족 분들께서 직접 대화에 나서주시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어떤 의견도 경청하겠다…15일 오전까지 서울시와 직접 소통가능한 길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유족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현재까지 유가족과 서울시가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