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를 시도하는 한국도로공사 캣벨. 한국배구연맹한국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캣벨(30·188cm)이 코트 안팎에서 활기찬 모습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뛰어난 실력으로 팀의 성적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캣벨은 지난달 4일 카타리나의 대체 선수로 도로공사에 합류했다. 도로공사는 캣벨이 합류하기 전 3라운드에서 6위로 부진했고, 카라티나의 경기력 기복 탓에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최약체 페퍼저축은행에 충격패를 당한 뒤 교체를 결정했다.
V리그 경험이 풍부한 캣벨은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2015-2016시즌 GS칼텍스에서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21-2022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바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세 번째 V리그 팀을 만났다.
도로공사는 캣벨이 가세한 뒤 10경기 7승 3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16승 12패 승점 47로 3위를 기록, 4위 KGC인삼공사(승점 41)를 6점 차로 따돌리며 플레이오프(PO) 직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프로배구 남녀부 준플레이오프는 3위와 4위의 승점 격차가 3 이하일 경우에만 성사된다.
캣벨은 올 시즌 10경기서 219점, 공격 성공률 38.54%로 활약 중이다. 전임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가 기록한 18경기 350점(공격 성공률 35.92%)보다 나은 득점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경기당 평균 21.9점으로 19.4점인 카타리나에 앞서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캣벨. 한국배구연맹최근 1위 현대건설 격침에도 앞장섰다. 캣벨은 14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현대건설과 원정 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22점에 공격 성공률 38.18%로 활약했다. 팀의 세트 스코어 3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직전 GS칼텍스전에선 상대 블로킹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경기에선 펄펄 날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캣벨은 경기 후 반등의 비결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기시켜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해 인터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유쾌한 성격이 드러난 능청스러운 반응이었다.
이어 "공이 나한테 많이 오는 걸 알고 있고, 상대도 막으려고 하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려고 한다"면서 "코트에 들어가면 까먹는 순간도 많지만 오늘은 더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실에는 세터 이윤정(26·172cm)이 수훈 선수로 함께 들어왔다.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윤정에겐 체력 관리 방법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이윤정은 "숙소에서 나오는 닭백숙을 즐겨 먹는다"고 답했다.
동료들과 포옹을 하고 있는 캣벨. 한국배구연맹
같은 질문을 받은 캣벨은 "닭백숙이 맛있다. 숙소에서 계신 식당 이모님이 요리를 잘하신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한국 음식은 낯설 법하지만, V리그 경험이 많은 캣벨에겐 이미 익숙한 음식인 듯하다.
캣벨은 이윤정과 호흡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옆에 앉은 이윤정을 바라보며 싱긋 웃은 뒤 "V리그에서 세터를 많이 만나봤는데 (이)윤정이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면서 "내 역할은 세터에 맞춰 주는 거다. 항상 윤정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터로서 감독님과 선수들의 요구사항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뒤 수줍은 듯 이윤정을 세게 때렸다. 그러자 이윤정은 아파하면서도 캣벨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캣벨의 남다른 친화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도로공사는 캣벨의 합류 이후 팀 분위기가 한층 살아났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캣벨이 오고 나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밝고 긍정적인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선수들도 캣벨의 합류로 밝아진 팀 분위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