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 내린 데 이어 공포 그 자체가 됐다. 단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말이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손안에 든, 작지만 우리의 모든 삶이 담긴 스마트폰이라는 소재로 관객들의 틈을 파고들어 긴장과 공포를 자아내는 스릴러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김태준 감독은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일본에서도 영화화된 바 있는 일본 작가 시가 아키라의 동명의 장편 소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바탕으로 한 선택했다. 감독은 현대 사회에서 이제는 '필수품'을 넘어 '또 하나의 나'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이라는 일상, 여기에 영화를 마주하고 있는 관객들의 현실을 스크린 안으로 끌고 와 이른바 '현실 밀착 스릴러'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이처럼 영화는 '현실'과 '공감'이라는 감각에서 시작해 점차 '공포'로 나아간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스마트폰 분실이라는 소재에서 뻗어나간 이야기는 현실감을 바탕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온다. 관객(시청자)과 가장 밀접한 소재와 경험인 만큼, 관객의 현실 가장 가까이로 파고들어 등골이 서늘한 공포감을 자아낼 수 있는 소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시대에 '스마트폰'이라는 건 단순히 연락 수단의 의미를 넘어 소통, 금융, 교통, 업무 등 모든 일상을 지배하고 삶을 이어 나가는 수단이 됐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으면 불안감에 빠질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나의 정보가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삶을 분실할 수 있다는 불안은 편리함과 익숙함에 묻혀 잊히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기게 된 세상에서 나도 모르게 떨어뜨린 스마트폰, 즉 '나의 세계'가 악의를 가진 타인의 손에 들어가 악용될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영화는 극단적으로 묘사하며 지금 시대를 재조명한다.
일상에 파고든 공포를 그려내기 위해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릴러의 형식을 차용하고, 스마트폰 분실 이후 희생양이 된 피해자와 그를 살해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후 접근해가는 가해자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공포로 변하는 과정에서 이미 뉴스 등에서 본 적 있는 것들이 겹치고, 그러면서 더욱 손끝의 현실로 다가온다. 그저 가볍고 일상이 된 스마트폰이기에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 의미가 크게 와 닿지 못했으나, 분실해서 악의를 가진 타인에게 넘어간 순간 일상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인지하며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단순히 기기라는 기능적인 목적으로만 쓰고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나' 자신이 되어 버린 현실을 문득 자각하게 되는 순간, 영화가 이야기하고 있는 공포는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묵직하면서도 어두운 색채로 그려내며 긴장과 공포의 색을 덧입혔다. 여기에 초광각 줌 렌즈인 라오와를 비롯해 고프로(미국 액션캠 브랜드), VR(가상현실) 카메라 등 다양한 렌즈와 장비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바라본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등 다양한 연출적인 시도를 통해 여러 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이처럼 소재나 소재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 이를 비추는 다각도의 노력 등은 현실감과 재미를 더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소재에 못 미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재에서 비롯된 공감을 바탕으로 한 긴장의 끈이 준영(임시완)이 점차 적극적으로 나미(천우희)의 목을 죄어오는 과정, 주변 인물 그리고 그들과의 갈등을 그려내는 방식, 쉽게 읽히는 이야기 등이 점차 긴장은 물론 현실감마저 사그라들게 한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소재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동시에 배우로서 확장성을 가져가고 있는 배우 임시완의 연기다.
주로 선한 역을 맡아왔던 임시완은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에서 이른바 '도른 자(돌은 자를 연음으로 표기한 것)의 눈'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알렸다.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사이코패스 성향의 살인자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여기에 천우희가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피해자가 된 평범한 시민 나미 역을 차분하게 그려내며 임시완이 연기한 준영과 대조적으로 그려지며 준영이란 인물이 가진 공포와 극의 현실감을 더욱더 불어넣었다.
김희원 역시 사건의 한 축을 담당, 준영과는 또 다른 긴장을 자아내는 형사 지만 역을 묵직하면서도 밀도 높은 연기로 표현해내며 캐릭터를 보다 깊이 있게 만들었다.
117분 상영, 2월 17일 넷플릭스 공개, 15세 관람가.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