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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소희' 앞에 30대 문수씨도…영화 <다음 소희> '전주 콜센터 사건'의 재구성

전북

    여고생 '소희' 앞에 30대 문수씨도…영화 <다음 소희> '전주 콜센터 사건'의 재구성

    • 2023-02-17 12:47

    <다음 소희> 모티브는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의 죽음
    여고생 죽음 2년반 전에 같은 회사에서 30대 남성도 극단적 선택
    여고생 유서에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극단적 스트레스 호소
    해지하려는 소비자의 해지를 방어하는 부서.. 막말과 욕설
    전주 콜센터 여고생의 죽음으로 '감정노동보호법' 만들어져


    ■ 방송 : 전북CBS <컴온라디오, 김도현입니다> (평일 낮 12시 30분~1시)
    ■ 진행 : 김도현 변호사 (법무법인 영)
    ■ 패널 : CBS 송승민 기자

    ◇ 김도현>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또 칸영화제에선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된 우리 영화. 배두나, 김시은이 출연한 이 영화 제목은 바로, <다음 소희>입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 여러분도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2017년 전국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의 죽음. 그해 한겨울에 전주의 아중저수지에서 여고생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 오늘 이 사건을 재구성해봅니다. CBS 노컷뉴스 송승민 기자 자리했습니다. 송 기자, 안녕하세요?
     
    ◆ 송승민> 네, 안녕하십니까?
     
    ◇ 김도현> 오늘 우리가 6년 전 사건을 다루는 이유, <다음 소희>라는 영화 때문인데, 소재가 된 사건도 전주. 실제 영화 촬영지의 상당 부분도 우리 전북이라고?
     
    ◆ 송승민> 네, 영화 촬영의 절반 가량을 전라북도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전주시 다가동, 전주덕진경찰서, 익산 이리고 등에서 촬영됐습니다.

    전주시영상위원회 제공전주시영상위원회 제공
    ◇ 김도현> 지난 8일 개봉했지.
     
    ◆ 송승민> 그렇습니다. 아직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어떤 영화인지 소개글을 읽어 드리면,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이렇습니다.
     
    ◇ 김도현>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이게 어떤 뜻인지 알기 위해 실제 사건 이야기를 좀 해보죠.
     
    ◆ 송승민> 네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특성화고를 다녔던 홍수연양은 2016년 9월부터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인 LB휴넷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아닌 LB휴넷이 일을 맡았으니 고객센터 하청업체인 겁니다.

     
    ◇ 김도현> 고등학생이었던 홍 양이 맡은 업무는 뭔가요? 현장실습생이면 정직원은 아니잖아요?
     
    ◆ 송승민> 홍양이 맡은 업무는 콜센터 일 중에서 쉽지 않았습니다. SAVE 부서 소속으로 일을 했는데요. 영어로 SAVE, '막다 지키다 방어하다'란 뜻이잖아요?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을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SAVE 말 그대로 해지를 방어하는 일을 한 거죠.
     
    ◇ 김도현> 고객이 해지를 요구하면 그냥 해지하면 되는데, 콜센터 직원들은 해지의 의사를 철회하도록 회유하잖아요? 쉽지 않은 일을 했을 것 같습니다.
     
    ◆ 송승민> 네 단순히 해지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해지를 막는 건데, 해지를 많이 해줄 경우 윗사람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고 합니다.
     
    ◇ 김도현> 홍 양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거죠.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는 홍양이 아버지에게 보낸 문잡니다. 이 한 문장이 고등학생. 홍양이 겪었을 상황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 송승민> 네 당시 홍양의 아버지를 저희 CBS가 인터뷰했었는데, 함께 들어보시죠.
     
    # (홍양 아버지) 많이 방어를 못하면 위의 상사들한테 많은 압박을 받는가 보더라고. 집에 와서 그래요. 소비자들한테 많이 욕도 얻어먹고 심한 소리 들으면 몇 시간 울었다고 그런 소리를 몇 번 하고.
     
    그리고 홍양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에이스라며 자랑하던 딸이 차츰 짜증을 내고 성격이 변했다"며 "회사에 사표를 낸다고 얘기했다"고 했습니다.

     
    ◇ 김도현> 당시 LG유플러스나 LB휴넷 측은 어떤 입장을 냈나요?
     
    ◆ 송승민> LB휴넷은 "SAVE 부서가 가장 힘든 부서는 아니다", "업무 실적이 있긴 하지만 실적을 이유로 질책을 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LG유플러스는 사건 초기에는 관련이 없다며 한발짝 물러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회적 공분이 일자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점검했다,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합의가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 김도현>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까 홍양이 여기서 돈을 벌고 야간대를 가겠다, 홍수연양이 그런 꿈을 갖고 있던 학생이었다고 하는데, 정말 다시 들어도 또 너무 안타깝습니다. 한 생명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도 현실은 더디게 바뀌는 게 참 답답하네요. 그런데 이 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같은 회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또 있었다구요?
     
    ◆ 송승민> 그렇습니다. 홍수연양 사건이 터지기 2년 6개월 정도 전에, LB휴넷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당시 30살 이문수씨도 극단적 선택을 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 김도현> 문수씨도 같은 부서였나요? SAVE 부서?
     
    ◆ 송승민> 네 같은 부서였습니다. 문수씨는 유서를 남겼는데요. 유서에는 노동착취, 비정상적인 급여 지급 등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문수씨의 아버지는 홍수연 양의 사건을 듣고 분개를 했습니다.


    ◇ 김도현>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콜센터의 근무환경이 나아졌을 거라 생각을 하셨는데, 같은 사건이 터지니 얼마나 화가 나셨겠어요.
     
    ◆ 송승민> 당시 문수씨의 아버지는 CBS에 "우리 아들이 그렇게 되고 감정노동자 현실이 좋아졌다"고 이야기 하고 다녔다"고 하시며 "그런데 그대로네요 나쁜 놈들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김도현> 그래도 이 두 사건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죠?
     
    ◆ 송승민> 우선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생겼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41조인데요. 사업주가 통신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무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치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 김도현> 네, 이 법에 따라 근로자는 건강 장해를 이유로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가 이를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하면, 1년 이하 징역 1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 송승민> 다시는 감정노동자가 타인의 감정에 치여 세상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홍수연양 아버지의 얘기, 마지막으로 들어보시죠.
     
    # (홍양 아버지) 제2의 제3의 수연이가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사회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 한마음 때문에 지금 제가 이렇게 언론에 호소도 하고 있고 그런 입장이에요, 제가.
     
    ◇ 김도현> 네, 제2, 제3의 문수씨와 수연이가 없는 세상이 와야 하는데, 얼마전 장수 농협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과 극단적 선택, 이런 게 이어지는 걸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어보이네요.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더 전진시켜야겠죠.


    ◆ 송승민> 그렇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가 또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김도현> CBS 노컷뉴스 송승민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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