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한국배구연맹지난 시즌에는 최약체였지만, 올 시즌에는 가장 위협적인 팀으로 급부상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어느덧 역전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지난 18일 KB손해보험전 승리 후 "그날이 올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승점 3을 따내며 19승 10패 승점 58(2위)을 기록, 1위 대한항공(승점 59)과 격차를 1로 바짝 좁히며 선두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V리그 출범 후 정규 리그 5회, 챔피언결정전 4회 우승에 빛나는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은 최근 암흑기를 보냈다. 특히 지난 두 시즌 간 현대캐피탈이 거둔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했다.
지난 2019-2020시즌 이후 리빌딩을 선언한 최 감독은 신영석(한국전력), 황동일(OK금융그룹) 등 베테랑들을 내보내며 선수단을 전면 개편했다. 젊은 선수들로 팀을 새로 꾸렸지만 2020-2021시즌 6위, 2021-2022시즌 7위에 머무는 등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세터 이현승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최태웅 감독(사진 왼쪽). 한국배구연맹하지만 최 감독은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고, 인내심을 갖고 선수들의 성장을 기다렸다. 그 결과 허수봉(25), 박경민(24), 홍동선(22)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성장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선수를 보는 최 감독의 안목도 탁월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2순위)로 지명한 세터 이현승이 데뷔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세터로 이름을 날린 최 감독의 지도 아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들의 꾸준한 활약까지 더해 탄탄한 신구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32)이 득점 10위(370점)와 리시브 4위(42.49%)로 공수 양면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고, 미들 블로커 최민호(35)가 블로킹 3위(세트당 0.67개)로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94개)의 견고한 벽을 세우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전노장' 오레올(37)의 활약도 돋보인다. 이번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지난 2015-2016시즌 이후 7년 만에 V리그로 돌아온 그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득점 4위(535점), 블로킹 4위(세트당 0.66개), 공격 종합 5위(53.28%)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한국배구연맹
이처럼 현대캐피탈은 지난 2년간의 리빌딩을 통해 완성도 높은 팀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최근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1위 대한항공을 상대로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정규 리그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승점 1 차로 턱밑 추격에 성공했다.
역전 우승을 향한 현대캐피탈의 꿈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6경기에서 대한항공이 1승 5패로 부진한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5승 1패로 호각세를 보였다. 7경기를 남겨둔 정규 리그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할 경우 2017-2018시즌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여기에 챔피언 결정전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면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이자 2005-2006시즌 이후 17년 만의 사상 두 번째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현대캐피탈은 21일 우리카드와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날 승리할 경우 22일 열릴 대한항공-OK금융그룹전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그토록 고대하던 1위에 올라서게 된다. 6라운드를 앞두고 남자부 선두 경쟁의 판도가 뒤바뀔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