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여오현. 한국배구연맹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현대캐피탈의 플레잉 코치이자 리베로인 '리빙 레전드' 여오현(45·175cm)이 개인적으로는 대기록 달성을 달성했고, 팀적으로는 올 시즌 처음으로 1위에 등극하는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여오현은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우리카드와 원정 경기에 나서 역대 V리그 최초 정규 리그 6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05년 V리그 출범과 동시에 데뷔해 무려 19시즌 동안 꾸준히 프로 생활을 이어온 결실이다.
지난 15일 삼성화재전을 통해 정규 리그 599경기에 출전한 여오현은 600경기 출전에 단 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에 다음 경기인 18일 KB손해보험전에서 여오현의 대기록 달성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KB손해보험전이 원정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 홈에서 여오현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최 감독은 KB손해보험전을 마친 뒤 "아무래도 홈에서 (대기록 달성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언질을 줬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는 극진했다. 최 감독은 앞서 예고한 바와 같이 여오현을 이날 선발 출전시켰다. 여오현이 홈 팬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600경기 출전 대기록을 달성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여오현의 600경기 출전을 축하하는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여오현의 대기록 달성과는 별개로 현대캐피탈은 이날 우리카드전 승리가 절실했다. 1위 대한항공(승점 59)을 1점 차로 쫓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였다. 우리카드 입장에서도 봄 배구 진출을 위해 3위 굳히기에 나서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다. 여오현의 대기록이 패배로 빛을 바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1세트와 2세트를 내리 따내며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2세트를 마친 뒤 여오현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세리머니가 진행됐다. 양 팀 선수들은 2세트 전까지 치열하게 대립한 모습과 달리 여오현을 축하하는 자리에선 모두 한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승패를 떠나 여오현이 그동안 선수로서 쌓아 올린 업적에 진심 어린 존중을 표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마저 집어 삼키며 깔끔한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여오현은 대기록 달성과 승리의 기쁨을 홈 팬들과 함께 나눴다. 현대캐피탈이 이날 승리를 통해 정규 리그 1위로 올라서며 기쁨은 배가 됐다.
2위로 내려선 대한항공은 22일 OK금융그룹과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패할 경우 현대캐피탈의 1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현대캐피탈이 1위 등극의 기쁨을 얼마나 더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