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의회 이성철 의장(오른쪽)과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모든 가구에 20만원씩 긴급 에너지 생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파주시 제공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경기 파주시의회 의원들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외유성 해외연수를 강행했다.
파주시의회 이성철 의장과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모든 가구에 20만원씩 긴급 에너지 생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례적 한파의 지속과 공공물가 상승으로 인한 난방비 증가로, 각 가정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정 대부분 관광…시의원 15명 중 14명이 출국
파주시의원들은 서민들의 어려움을 이처럼 잘 알면서도 자신들의 해외 연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파주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는 바로 전날 참석위원 총 5명의 만장일치로 10일간의 아랍에미리트와 스페인 해외 출장 계획을 가결했다.
공무국외출장계획서에 담긴 목적은 선진도시의 우수제도와 정책 추진현황 파악을 위한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현장 탐방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선진의회 구현 및 역량 강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정상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두바이 문화시설 탐방과 팜아일랜드 및 주요 관광산업 인프라를 시찰한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친환경 에너지빌딩, 몬세라트 수도원, 톨레도 대성당, 세비야 마리아 루이사공원, 그라나다 론다 투우장 등을 탐방한다.
출장계획서에는 의원 14명과 사무국 직원 5명 등 19명이 포함됐다. 출장비는 의회 예산 총 7583만원이다. 의장과 부의장은 각각 434만원, 나머지 의원들과 직원들은 395만원씩이다.
파주시민단체연석회의는 지난 7일 오후 2시 파주시의회 앞에서 '파주시의원 외유성 해외연수 세금낭비 반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주여성민우회 제공"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서민 절규 들리지 않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외유성 세금 낭비'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마드리드 시의회 방문 등을 제외한 일정의 대부분이 관광지로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파주여성민우회, 파주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등 10개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7일 시의회 앞에서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 번의 잘못은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번의 잘못은 습관"이라며 "작년 말 일본과 싱가포르 연수 때 시민사회가 했던 비판들은 하나도 고려치 않고, 또다시 관광 중심의 해외연수를 기획했다는 소식에 참담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의회 자치행정위원회와 도시산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해외 연수로 일본과 싱가포르를 각각 갈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 관련으로 취소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서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나. 난방비, 생활비, 식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고물가로 시민들의 실질임금이 사실상 삭감돼 여기저기에서 비명이다. 이런 시국에 시민 감정에도 맞지 않는 해외연수가 웬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수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다. 국내든 국외든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연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첫째는 연수 주제가 '민생'에 있어야 한다. 둘째는 미리 '준비된' 연수여야 한다. 셋째는 '교훈'이 남는 보고서로 마무리해야 한다"며 "파주시의원들이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주변을 돌아보고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의원들이 재고할 것을 촉구하며 해외 연수를 떠나는 날까지 1인 시위를 벌였다.
파주시의회는 지난 9일 제237회 임시회를 열고 난방비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전 가구당 20만원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안과 예산안을 의결했다. 파주시의회 제공파주시의회는 강행…양평군의회는 민생현안 주력
파주시의원들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은 채 계획대로 외유성 해외 연수를 강행했다.
의원 14명과 사무국 직원 5명 등 19명은 지난 20일 출국했다. 귀국은 다음 달 1일이다. 시의원 15명 중 더불어민주당 최유각 의원만이 개인적인 이유로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히졌지만, 시의회 규칙에는 의원 전원의 국외 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시의원들의 입장은 홀로 남은 최 의원과 의회 사무국에서조차 들을 수 없었다.
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외 연수와 관련해 묻자 "운전 중인데 옆에 손님들이 있어서 나중에 전화주겠다"고 통화를 끊은 뒤 끝내 전화주지 않았다.
의회 사무국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시의원들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따로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출국했기 때문이다.
경기 양평군의회는 올해 해외 의정 연수를 전격 취소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이유도 물가 상승과 난방비 급등 등으로 인한 군민 고통을 감안해서다. 군의회는 해외연수 예산을 삭감 조치하고 당분간 민생현안 해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파주시의회는 지난해 7월 개원 이후 의장 선출 문제로 한 달여간 파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2500여만 원의 예산으로 2박 3일간 관광 일정을 포함한 제주도 연수를 떠났다. 이때 회식 자리에서 한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