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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물 건너갔고…주민들 '땅 놀면 뭐해, 아파트 콜'

경남

    대학병원 물 건너갔고…주민들 '땅 놀면 뭐해, 아파트 콜'

    옛 인제대 백병원 용도변경 관련 시민공청회
    주민들 대체로 아파트 건설에 긍정적
    30년 가까이 대학병원 건설 안 돼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

    이형탁 기자이형탁 기자
    30년 가까이 경남 김해에서 의료용지로 남아있던 인제대학교 백병원 부지(북부동)를 1년전쯤 매입한 서울의 한 부동산 투자업체가 김해시에 아파트 건설을 위한 공동주택용지로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기존대로 의료용 부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대학병원 유치는 포기했고 대신에 아파트라도 건설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 향후 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24일 김해시는 김해운동장 민방위재난안전체험관에서 북부동 옛 인제대 백병원 용도변경 관련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서울의 한 부동산 투자업체가 지난해 6월과 11월 김해시에 두차례에 걸쳐 의료시설용지를 공동주택용지로 바꿔달라는 용도변경을 신청하는 등 압박이 들어오고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모인 200여 명의 주민들은 부동산 투자업체가 아파트 건설을 위해 용도변경을 하는 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북부동에서 50년 살고 있다는 주민 A씨는 "다행스럽게도 이제라도 용도변경이 시도된다니까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빨리 아파트가 착공돼 북부동 주민들이 공공시설 기여를 받는 등 수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북부동에서 카페업을 하고 있는데 해당 부지에 쓰레기 투기와 불법 경작으로 좋지 않은 환경"이라며 "용도변경으로 인한 아파트 건설로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공동주택용지로 변경되면 시와 업체는 공원도 조성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김해 북부동 옛 인제대 백병원 부지. 현재는 서울 한 부동산 투자업체 소유. 이형탁 기자김해 북부동 옛 인제대 백병원 부지. 현재는 서울 한 부동산 투자업체 소유. 이형탁 기자
    주민들 일부는 공동주택용지 변경을 전제하며 20여년 전 대학병원 설립을 예상하고 인근에 땅을 사놨으므로 향후 개인적 보상이나 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D씨는 "대학병원 들어설 것으로 보고 20여년 전에 주변에 땅 샀다"며 "그런데 이제와서 타 용지로 변경되면 이전에 이자를 내는 등 재산권 형성을 못한 것이므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총체적 반응은 1996년 인제대가 백병원을 짓겠다며 3만 4천여㎡ 규모의 해당 북부동 부지를 김해시로부터 매입(141억원)했지만 30년 가까이 병원은 짓지 않고 결국 2021년 12월 부동산 업체에 385억 원에 팔아치우는 대학 측의 기만과 시의 행정력 부족으로 유치하지 못한 대학병원을 포기하는 대신에 놀고있는 땅 위에 아파트라도 건설되기를 바라는 맘에서 나온다. 한 주민은 "고작 1천 세대 들어서는 아파트와 대학병원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 모두 다 안다"고 하자 주민 다수는 "20년 넘게 아무도 병원을 짓지 못하는 걸 어떡하냐"고 답했다.

    더구나 부동산 업체가 용도변경으로 인한 해당 부지의 토지 가격 상승 분은 100% 전부 공공시설 등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주민들은 더욱 아파트 건설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체는 아파트 분양가로도 수익을 충분히 남길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이 같은 제안을 한 상태다.

    김해시 제공김해시 제공
    공청회에 참여한 대학교수들도 대체로 공동주택용지로 변경되는 데 찬성 입장이었다. 이승희 동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투기 의혹으로 바라보는 분들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잠재울 건지 고민해야 한다"며 "공동주택 안에다 일부라도 병원 등을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장성호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공공어린이집은 제 생각에 그리 큰 사업비를 투지하지 않고 여러 군데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태용 시장이 지난해 8월 "의료용 부지로 그대로 둬야 한다고 본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던 만큼 '아파트 짓자'는 이 같은 주민들의 반응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시는 현재 공동주택으로 용도변경을 전제하고 일을 진행시키려는 게 아니라 의견 수렴의 절차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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