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설명을 듣고 있다.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뜻밖의 찬성표 우위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검찰의 다음 선택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이 우세하다는 관측 속에 향후 수사 성과에 따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은 139표, 반대는 138표가 나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의석수가 169석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결'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오히려 찬성표가 더 많았다.
국회 회기 중에 있는 국회의원 피의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별다른 심사 없이 기각하게 된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의 경우에도 법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엿새 만인 지난달 3일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찬성이 반대를 1표차로 앞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규탄하던 이 대표 입지는 더 좁아진 반면, 검찰은 최소한의 명분을 지키면서 향후 수사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검찰은 비슷한 혐의로는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 결정에 불복하는 모양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이나 '성남FC' 의혹 관련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이 결국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이탈표가 쏟아지면서 기류가 변하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의 지역 토착 비리를 겨냥한 수사라는 검찰의 수사 명분에 힘이 실리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연합뉴스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한창이라는 점도 변수다.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수원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은 이 대표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정자동 부지 특혜개발 의혹 등을 제각기 파헤치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여러 혐의를 쪼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이 대표 측은 여러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가령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측에서는 경기도와 관련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헌정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이은 쪼개기 구속영장 청구가 부담스러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을 모두 묶어 한번에 재판에 넘기는 것을 전제로 수사 막바지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향후 수사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성과에도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장 이번주부터 차기 선거 출마 여부가 달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다음달 3일 오전 10시 이 대표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진행한다. 공판 기일에는 피고인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고(故) 김문기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했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 발언으로 보고 이 대표를 기소했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가 문제를 삼아 진행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허위 발언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측은 앞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선거법 위반 재판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또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직에 다시 도전할 기회조차 박탈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