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들이 해수 방사능을 실측 분석하는 모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제공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올해 여름쯤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는 5월쯤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국제검증 결과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IAEA는 후쿠시만 원전 오염수의 실측·분석 결과를 오는 5월쯤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IAEA는 공개 일정을 정하지 않았으나 현재 진행 상황을 볼 때 5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상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로 당사자인 일본을 포함해 한국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의 방사능 분석 실험실이 실측·분석에 참여하고 있다. ALPS 처리한 오염수에 어떤 종류의 방사성 핵종이 얼마나 있는지 실측·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차 시료를 지난해 3월에 채취한 뒤 10월까지 참여 실험실로 보냈고, 실험실별로 분석한 결과를 다음달 IAEA에 제출하면 5월쯤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2·3차 시료의 경우 지난해 10월 채취해 실험실 별로 분석이 진행 중이며 분석 결과를 IAEA에 제출하고 공개하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시료를 실측·분석하고 있으며 분석 결과를 다음달 IAEA에 보고할 예정이다.
또 다른 실측·분석 대상은 후쿠시마 인근의 해수와 해저퇴적물, 어류, 해조류 등이다. IAEA연구소와 일본,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채취한 시료를 분석 중이고 분석 결과 배출과 공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ALPS 처리한 오염수 시료를 대상으로 대표적인 방사성 핵종인 세슘을 비롯해 삼중수소, 스트론튬, 플루툐늄 등을 실측·분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정규환 비상대책단장은 "비유하자면 수영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2천톤의 물에서 한 방울의 불순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실측·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고 분석의 정확도를 자신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이 해수 방사능을 실측 분석하는 모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제공다만 시료 분석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실험실별로 시료 분석 결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IAEA는 결과를 숫자로 공개만 할 뿐이고 이것을 해석하는 것은 각 나라의 몫이다"고 말했다. 일본은 2021년 기준으로 IAEA 예산 8.32%를 분담하며 17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
일본은 오염수를 ALPS 처리하면 62개의 핵종을 걸러낼 수 있고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물에 섞어 바다에 흘려보내면 문제 없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감기가 12년인 삼중수소를 일본 국내에서 장기간 보관한 뒤 방류하면 삼중수소의 농도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또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30만톤의 방사성 오염수 중 도코전력이 정한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오염수는 3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준치의 1~10배이고, 10~100배에 이르는 오염수도 전체의 13%에 이르고 있다.
앞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은 지난 16일 후쿠시만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오는 3월부터 삼중수소를 연간 22조Bq(베크렐)씩 10년 동안 방류한다고 가정했을 때 4~5년 뒤 제주와 남해안 인근 해역에 유입돼 10년 뒤에는 세제곱미터당 0.001Bq의 농도에 도달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172Bq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염수 방류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결론인 셈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이 제공한 데이터의 신뢰성과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핵종 분석이 빠졌고 수산생태계 축적에 대한 분석이 제외된 점 등 때문에 믿기 어려운 시뮬레이션 결과라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