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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피눈물로 돈 불린 인천 전세사기…엄벌·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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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입자 피눈물로 돈 불린 인천 전세사기…엄벌·대책 시급"

    공인중개업자가 본 인천 전세사기 사태
    "세입자 보호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계약…임대인·은행만 배불려"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제 "건축왕은 왕으로 피해자는 신용불량자로"

    6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 A(38)씨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한 추모객이 A씨 영정을 보면 눈물을 닦는 모습. 주영민 기자6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 A(38)씨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한 추모객이 A씨 영정을 보면 눈물을 닦는 모습. 주영민 기자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소액임차인제도를 일부러 피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대로 된 공인중개사라면 절대로 계약을 만류했을 계약 조건입니다."
     

    "세입자 보호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계약…임대인·은행만 배불려"

    7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범죄 소식을 접한 한 공인중개업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공인중개업자들은 이 범죄가 세입자들의 무지를 지적하기에는 범행이 너무 조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미추홀구와 남동구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업자는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촉구하며 숨진 30대 피해자의 계약조건을 보면 세입자들의 피해를 알면서 일부러 외면한 정황이 엿보인다"며 "전세 보증금 이상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주택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소한의 전세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6500만원보다 금액에 계약하자고 했다면 제대로 된 공인중개사는 계약을 만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추홀구에서 전세물건으로 전문적으로 중개했다는 다른 공인중개업자도 "피해자들이 전세계약한 7000만~1억원의 보증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기준을 살짝 벗어나는 금액인데, 임대인에게 건축자금을 빌려 준 은행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출 상환액을 보장받을 수 있어 피해가 없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은행의 대출이 쉽고 임차인에게는 시세의 절반 이하 가격이라고 홍보해 모집이 쉬워진다"며 "그러나 저렴한 주택이라고 소개받은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기 힘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부주의를 얘기하기에는 이미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줘야 할 공인중개업자들마저도 범죄에 가담했다면 피해자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에 대해 찬반이 있지만 적어도 피의자들이 서민의 약점을 악용한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범행을 해 엄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 A(38)씨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손팻말을 든 모습. 주영민 기자6일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 A(38)씨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손팻말을 든 모습. 주영민 기자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제 "건축왕은 왕으로 피해자는 신용불량자로"

    한편 전날 인천에서는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전세 사기 피해자의 추모제가 열렸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오후 7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숨진 피해자 A(38)씨를 추모했다.
     
    추모 공간 한편에 선 대책위 관계자들은 "전세사기, 이제 집이 감옥이 됐고, 무덤이 됐다" 또는 "한국의 빌라왕과 건축왕은 왕으로, 피해자는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사기범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김병렬 대책위 부위원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고인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분들을 위해 먼저 대화를 해줬고 정부 정책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며 "늘 앞서 나서주던 모습을 가슴속에 새기고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손이라도 모여 큰 것을 이뤄낼 수 있다'며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라던 고인의 말이 기억난다"며 "원하는 결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현실이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다"고 추모했다.
     
    대책위는 오는 8일 저녁 6시30분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추모 행진을 할 계획이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20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최근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 B(62)씨으로부터 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A씨는 아직 주택이 경매에 매각되지 않아 긴급거처나 저리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에도 속하지 않았다.
     
    A씨 유서에는 '대책위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지만 더는 못 버티겠다. 자신이 없어'라며 '뭔가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이게 계기가 돼서 더 좋은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6일 A씨가 살고 있던 집의 실제 주인인 건축업자 B씨 등 10명에 대해 사기, 부동산 실권리자명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49명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63채를 전세 계약하고 전세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인천과 경기 등에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700채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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