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류영주 기자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위해 살아간다고 자신을 10년 동안 세뇌했고, 이 때문에 측근에게 대선 경선 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덮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판에서 "저는 지난 10년간 '나는 이재명을 위해서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광화문에서 분신할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서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부원장 사건에 대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3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은 지난해 하반기 검찰에서 돌연 태도를 바꿔 이 대표와 그 측근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검찰은 "지난해 9월 26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던 때 증인(유 전 본부장)이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대장동 관련 범죄를 사실대로 진술한 것 맞나"라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증인이 작년 11월 5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다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기 전 '진술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며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김용 피고인에게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전달했다고 처음 진술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맞다"고 답한 뒤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생겨난 게 변호사 부분이었다, 도무지 날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었고 차라리 (변호사를)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상태(세뇌된 상태)에 머물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이 언급한 '변호사 부분'은 작년 10월 그의 사건을 선임하겠다며 검사실에 연락한 전 모 변호사와, 비슷한 시기 유 전 본부장의 배우자가 근황을 궁금해한다는 이유로 유 전 본부장과의 접견을 요구했던 김 모 변호사의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달 3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원하지 않는데 두 변호사가 연락해 왔고, 이들이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김 전 부원장 등은 유 전 본부장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고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지난 7일 공판에서도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십차례 검찰조사 과정에서 장시간 검사와 면담을 했는데 기록이 남지 않았다"며 "지난해 9월부터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는데, 그 이전에 많은 면담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겠느냐"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20일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석방 전후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회유 의혹이 일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이 검찰의 핵심 증거인 만큼, 검찰로서는 그가 '변심'한 계기를 설득력 있게 소명하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