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연합뉴스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김현수(35·LG)가 일부 야구 선배들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김현수에게 이번 WBC는 10번째 국제 대회였다. 하지만 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그의 10번째 국제 대회는 아쉽게 막을 내렸다.
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최종전에서 중국에 22 대 2 콜드 게임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조 3위(2승 2패)에 머물러 2라운드(8강) 진출에 실패했다.
주장 김현수는 대표팀의 1라운드 탈락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경기 후 "선수들 모두 준비를 잘했는데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내가 주장으로서 부족한 탓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무려 10번째 국제 대회 출전이었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김현수는 "(후배들에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 했는데 나도 첫 경기부터 긴장을 했다"면서 "(내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서 선수들도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좋은 성적도 나오고 기뻤던 순간도 많았지만 나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나는 이제 나이도 많고, 젊은 선수들이 더 잘할 거라 생각한다.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간 태극 마크를 달고 뛰었던 순간에 대해서는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하다가 지금은 중압감이 크다는 걸 많이 느낀다"면서 "지금은 좋은 선배가 되지 못했다는 게 미안하다.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회 성적은 아쉬웠지만 끝까지 응원을 보낸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비난을 쏟아낸 이들도 많았다.
이에 김현수는 "대표팀에 많이 나온 선배들께 항상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아닌 분들도 계신 것 같다"면서 "같은 야구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쉽다"고 털어놨다. 최근 한일전 13 대 4 참패 이후 일부 야구인들의 비판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끝으로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김현수는 "일단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 대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을 이끌었던 김현수. 그런 김현수이기에 태극 마크 고별사는 더욱 묵직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