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그간 연속으로 올린 금리의 영향을 지켜보자며 3.5%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지난달 회의 의사록에서 확인됐다. 다만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에 제동이 걸린 상태라, 한은 역시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4일 공개한 지난달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 중 5명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하자는 의견을 냈다. 다만 조윤제 위원은 3.75%로 한 번 더 올려 물가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의에서 한 위원은 "그간 금리 인상 효과가 성장, 물가, 금융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돼 파급 시차를 고려할 때 향후 효과가 증폭될 것"이라면서 "특히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성장회복세와 물가 상승 둔화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번에는 동결하고 금리 인상의 효과와 추후 국내외 경제 여건의 전개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리동결 결정 직후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안개가 가득 찼을 때는 (금리인상) 차를 세워서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의견이다. 연속으로 올린 금리가 물가와 경기에 미칠 영향, 통화정책 효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주요국 추가적 긴축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특히 "최근 연체율 상승세 등을 볼 때 국내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잠재하고 있으므로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하는 발언이 나오는 등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가 읽힌다. 이는 최근 SVB 사태에 따른 금리 인상발 유동성 리스크,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필요성과 연결해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한 금통위원도 "지난 1년 반에 걸쳐 기준금리를 300bp 인상했으므로 현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편익은 매우 작거나 불확실하며 그보다는 경제회복력을 과도하게 위축하거나 금융안정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낸 조윤제 위원의 경우 "금리인상이 경기에 다소 위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으나 대외여건이 호전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한은으로서 최우선시해야 할 물가안정의 진행 경로에 부수돼 있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적극 대처해 궁극적으로 인플레의 장기 지속 가능성을 낮추고 추후 정책대응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 6인 중 5명은 향후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환율, 물가 등을 고려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내외 금리차가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원화 절하 압력이 커지면서 국내 물가와 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물가를 중심으로 국내외 경제 여건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SVB 사태로 미 연준이 이달 중 금리를 동결하거나 아예 인하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우리 금통위 회의에서도 "미 연준의 통화정책 등 여건 변화에 따른 환율 변화를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 몇 차례 나온 것까지 감안하면, 다음 달 한은 금통위 역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