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순신 변호사의 '24시간 낙마'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직이 18일째 공석인 가운데 후임 역시 검찰 출신 인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국수본부장 인선 절차에 대해 "외부 공모를 기본으로 한 입법 취지에 맞춰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수본부장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후보자를 선발할 수 있다. 하나는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공모 없이 경찰 내부에서 후보를 발탁하는 방법이다. 두 절차 중 어떤 절차가 우선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외부 공모를 통해 임명된 정 변호사가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후임자로 경찰 내부 인사가 유력할 것이란 전망도 잠시 나왔었지만, 조 차장의 발언으로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다.
조 차장의 말처럼 공모를 기본으로 하겠다는 것은 결국 외부 인사, 즉 검찰 출신 인사를 다시 후보자로 선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미 한번 경찰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 변호사를 제2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 강행한 사례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우선주의' 경향과 정권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경찰청 수뇌부의 합작품이란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인사 풍토 역시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정 변호사 낙마로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지만, 윤 대통령을 포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관련 책임자들은 유감 표명 외 별다른 책임은 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서는 검증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국수본은 전국 수사 경찰 3만명을 총괄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사 조직인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석열 정부 요직에서 검찰 출신 인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집계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에 따르면, 장관급 인사 4명과 차관급 인사 8명 등 총 27명의 핵심 인사들이 검찰 출신이다.
새 국수본부장에 또다시 검찰 출신이 임명된다면, 경찰의 내부 불만과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 변호사가 임명됐던 지난달 24일 경찰 인트라넷 '폴넷'에는 "검사공화국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 잡혀갈 수 있다" 등 비판과 걱정의 의견부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도 검찰 출신이 유력하다지요?" 등 조롱 섞인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아직 경찰청은 국수본부장 임명 절차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 차장의 말은 원론적인 얘기"라며 "외부 공모와 내부 인재 발탁 등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머지않은 시점에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