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국가원수의 양자회담 형식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밝힌 내용과 관련,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일정 부분의 성과와 함께 아쉬움을 지적하면서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한일 정상은 서로를 방문하는 '셔틀 외교'의 복원, 한일 안보대화와 차관급 전략대화의 조기 재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완전 정상화 등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양국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미래기금' 창설 또한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경색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선고됐고, 이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협정을 해석해 온 일관된 태도와 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해서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발표했다"며 "이로 인한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이것은 모든 문제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주니가타 총영사를 지냈던 세종연구소 정미애 객원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는 정상회담 전에 예상했던 정도로,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해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나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 정도의 사과 사죄 표명은 없었다"며 "화이트리스트 복귀를 확실하게 받아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GSOMIA 정상화를 먼저 선언한 부분은,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양보하고 들어간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한일관계 개선을 반대하지는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주오사카 총영사를 지냈던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는 "우리가 먼저 방안을 발표하고 일본이 사후 보완조치를 하는 식으로 서로 체면을 차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화이트리스트 복귀의 경우에는 GSOMIA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차차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며 "순서상으로는 차이를 두겠지만,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거의 바로 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즉,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야기한 '성의 있는 호응 조치' 형식을 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제3자 변제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민법상 구상권 시효는 10년이고 윤석열 정부 임기가 4년 남았는데, 남은 6년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며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전경련과 게이단렌의 기금에 포스코 등 (청구권 협정의 수혜를 받은) 기업이나 일본 전범 기업들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정치적 리스크가 있기에 상호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진보진영에서도 신중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최은미 연구위원은 "화이트리스트 복귀는 실무적인 절차를 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2019년 제외 당시에도 각의(국무회의) 결정이 있었고 시행령을 공포하는 등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오해를 사고 있다"면서도 "한일 협력 의지는 확실하게 보여줬지만, 우리가 기대한 수준의 사죄와 반성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 당시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했으니, 아주 미세하게나마 한 걸음 내딛은 셈이 됐다"면서 "결과적으로 다음번에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와야 하니, 그 때는 더 무거운 숙제를 지게 됐다. 우리가 할 것은 다 했고 일본이 할 차례인데, (일본 내에서)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서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