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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IRA' 원자재법 초안에 K배터리 촉각…"위기가 곧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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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판 IRA' 원자재법 초안에 K배터리 촉각…"위기가 곧 기회"

    핵심원자재법 초안 공개

    유럽연합, 16일 CRMA 초안 발표
    제3국산 원자재 의존도 65%↓ 목표
    EU '빗장걸기'에 K배터리 '촉각'
    공급망 다변화 '돌파구' 마련 고심
    폐배터리 재활용 과제, 호재 전망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이 16일(현지시간) 핵심원자재법 초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이 16일(현지시간) 핵심원자재법 초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공개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이에 맞춘 발빠른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EU의 이번 '빗장걸기'를 두고 유럽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K-배터리에 위기가 닥쳤다고 비관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위기가 아닌 외려 기회'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고 불리는 CRMA 초안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핵심 원자재의 10% 이상을 EU 역내에서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 물자의 최소 40%를 자체 가공하겠다는 목표다. 재활용 비율은 15%까지 높이고, 핵심 원자재 가운데 제3국에서 들여온 제품은 65%를 넘지 않게끔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 5천만 유로(약 2100억 원) 이상 역내 대기업의 경우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EU의 이같은 조치에는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망 확보의 위기감이 깔려있다. EU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국이 봉쇄됨에 따라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마그네슘,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까지 맞으면서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결국 이날 공개한 CRMA 초안에 따라 EU는 앞으로 역내 진출한 기업에게 보다 강화된 환경 기준을 요구하고, 또 현지에서 원자재를 생산·처리하는 업체에 한해 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껏 원자재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을 벗어나 공급망 다변화에 방점을 둔 여러 장치를 추가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EU의 움직임에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건 바로 국내 배터리 업계다.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서 주요 원자재인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비중은 87.9%에 달한다. 코발트와 천연흑연의 중국산 비중도 각각 72.8%, 94%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의 지난해 유럽시장 점유율은 7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이야말로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EU의 '빗장걸기'에 공급망 다변화 등 돌파구를 마련해 어떻게든 시장 점유율을 지켜야 한다는 경각심이 번지는 이유다.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K-배터리 3사 관계자 등은 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우선 K-배터리 3사 모두 유럽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6년 폴란드에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시에 1·2공장을 운영중이고, SK온도 헝가리 코바롬에 1·2공장과 이반차에 3공장을 두고 있다. 현지 배터리 생산이 의무조항으로 포함돼도 당장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과제도 호재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리튬과 코발트의 경우 중국을 제외하면 매장량 대부분이 남미와 오세아니아에 편중돼 있다. 유럽 역내에서는 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CRMA가 발표한 공급망 다변화 구상은 폐배터리 재활용 전략과도 연결된다.

    반도체. 연합뉴스반도체.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도 역내 원자재 조달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걸로 보인다"며 "폐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추출·조달하는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K-배터리에게도 이 부분은 새로운 기회"라고 내다봤다. 현재 유럽에 공장을 세워 상용화를 시작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은 국내 성일하이텍과 벨기에 유미코아뿐이다.

    김홍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순환자원연구센터장은 "배터리 재활용 원료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한국이 거의 세계적인 수준이다. 중국이 있지만, 중국은 어차피 자국 내에서 활용하고 끝난다"며 "유럽의 유미코아 처리량은 국내 성일하이텍 처리량의 10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CRMA는) 한국 재활용 산업에 100%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CRMA 초안은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사이 3자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법안 초안에 포함되지 않은 구체적인 정보공개 의무조항 비율 등 향후 세부 이행 방안은 유럽의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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