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시청역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의 요구가 담긴 손팻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두 달여 만에 재개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에 탑승하는 대신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장연은 23일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1월 20일을 마지막으로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한지 63일 만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전장연 활동가 1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 49분쯤부터 9시 13분쯤까지 "지하철을 타게 해주십시오"라고 외치며 탑승을 시도했지만,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에 가로막혀 실제 탑승하지는 못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승강장에 경력 120명, 지하철 보안관 55명을 투입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추가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수급자 일제조사'를 비판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죽이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시청역 1호선을 중심으로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지난 6일부터 서울형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추가 수급자 2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제조사를 '전장연 죽이기'로 규정하고 있다. 조사 대상 단체들은 지난 연말 이미 지도점검을 받았는데,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4년치 자료를 2~5일 내로 마련해야 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서울시가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과 탈시설권리를 공격하기 위해 전장연 회원 단체들만을 상대로 '갑질, 표적조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권리 예산을 찬성과 반대의 이견이 있는 예산이라며 갈라치고, 탈시설권리를 부정하며, UN장애인권리협약을 전면 위반했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시청역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촉구하는 전장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전장연은 이날 오전 11시 시청역 승강장에서 '서울시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앞서 전장연은 이 자리에 장애인 200여명이 모여 지하철 탑승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박 대표는 "서울시가 대화의사를 밝혔다. 당장 지하철을 타지 않고 서울시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며 유보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불법을 저지를 생각이 없다. 다만 지하철에 탑승한 시민들에게 헌법에 보장된 장애인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지독한 차별 상태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며 "서울시와의 대화자리가 열려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는 오늘 지하철에 탑승하지 않고, 지하철 연착시키지 않고 장애인 시민권 문제를 시민들께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시청역 승강장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겠다고 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활동가는 "장애인이 탈시설하면 돈이 많이 든다, 시설에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서울시 논리"라며 "서울시는 시설 장애인에게 나가고 싶냐 묻기만 하고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장연은 이날 오후 2시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 선언 및 지하철 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4월 20일까지 지하철 4호선에서 탑승은 하지 않고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