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세터 이윤정. 한국배구연맹좀처럼 쉽게 칭찬을 건네지 않던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드디어 해맑게 웃었다. 평소 세터 이윤정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드러냈지만 이번에는 깊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박수를 보냈다.
도로공사는 25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25-23, 25-22, 25-17) 완승을 거뒀다. 3전 2선승제 PO에서 두 경기 만에 2승을 채우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내내 현대건설을 압도한 완벽한 승리였다. 김 감독은 "시작부터 선수들이 집중력 있게 잘 해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은 뒤 "(이)윤정이 때문에 깜짝 놀랐다. 너무 잘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윤정은 PO 1차전에서도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부분이 몇 개 나왔다"면서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이어 "본인 생각대로 배구가 되는 게 아니다. 경기 전 몇 가지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면서 "시즌 때 활용하지 않을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지시대로 이윤정은 더 과감한 토스로 팀의 PO 2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 2년 차로 봄 배구를 처음 경험하고 있는 선수라고 믿기엔 놀라운 활약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처음 하는 것치고 굉장히 잘했다. 간이 큰 것 같다"면서 "앞으로 상대와 수 싸움에서 잘 풀어가면 좋은 세터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윤정이 떨지 않는 강심장을 보여준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 감독은 "전혀 긴장을 하지 않았고, 흔들리는 모습도 없었다"면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 모습을 칭찬하고 싶다"고 거듭 칭찬했다.
도로공사는 PO를 2차전에서 끝낸 덕분에 3일간 휴식을 취하고 오는 29일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일단 내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남은 이틀 동안 상대를 분석할 것"이라고 밝힌 뒤 "선수들이 챔프전에서 본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으려면 더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2018-2019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했던 흥국생명을 다시 만나게 됐다. 김 감독은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우리는 이미 5~6위로 예상됐던 팀"이라며 "그런 점이 선수들한테 편하게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선 1승 5패로 고전했지만 마지막 6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규 시즌과 챔피언 결정전은 다르다"면서 "전력에서 앞선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부딪혀볼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아, 캣벨 쌍포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두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도 각각 21점과 19점으로 펄펄 날았다. 김 감독은 "PO에서 두 선수의 공격이 살아나서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면서 "에이스들의 공격이 살아나야 편해진다. 큰 경기에선 에이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