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도 직장인 절반 가량은 여전히 출산·육아·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규직·대기업 노동자에 비해 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20대 등이 휴가 사용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이달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한 결과 직장인 절반 가량이 출산·육아·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산전후휴가(출산휴가)에 대해서는 직장인 39.6%가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중 비정규직은 56.8%,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62.1%, 월 150만원 미만 급여자는 55%가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하는 등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작은 기업에 일할 수록 관련 처우에서 더욱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경우 45.3%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20대의 경우 45.5%가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해 다출생의 길이 막혀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노산으로 분류돼 휴가가 절실한 40대 역시 쓰기 어렵다는 답변이 40.3%에 달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45.2%로 집계됐다. 이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에서는 58.5%,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67.1%, 관리자·실무자가 아닌 일반사원은 55%, 월 150만원 미만 급여자는 57.8%가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해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가족돌봄휴가 역시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라고 응답한 직장인은 53%에 달했다. 이중 비정규직 63.5%,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67.7%, 일반사원은 62.5%로 집계돼 처우가 불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비조합원의 경우 출산휴가, 육아휴직,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답변이 각각 43.3%, 49.5%, 57.7%에 달해 조합원의 14.2%, 15.7%, 20.5%로 큰 격차를 보였다. 사실상 노동현장에서는 노조에 가입해야만 이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단체는 주69시간제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제 개편이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정상화하고 출산·육아·돌봄휴가를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장종수 노무사는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의 기본이 되는 법상 제도 사용마저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의 끝은 결국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