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드론쇼가 펼쳐지고 있다. 부산 수영구 제공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이 4일 부산에 도착해 2030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 실사 일정을 시작한다. 실사단은 을숙도생태공원과 부산 북항, 각종 랜드마크 등 부산 곳곳을 돌아본다. 한국전쟁 피란 수도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부산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부산이 전 세계에 제시할 미래 청사진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의 표본…을숙도생태공원
부산에 도착한 BIE 현지 실사단은 첫 일정으로 을숙도생태공원을 방문해 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지는 부산의 자연환경을 둘러본다. 을숙도에 위치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는 박람회유치위원회가 2차 유치계획을 발표한다. 실사단을 상대로 치료가 끝난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체험도 진행한다.
낙동강 끝자락 섬인 을숙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손꼽히며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산업화와 도시개발이 이뤄지며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해양분뇨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장까지 들어섰다.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 부산시 제공부산시는 훼손된 을숙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2000년부터 5년간 철새 서식 환경으로 되돌리는 복원사업을 진행했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을숙도 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완료했다. 이후 을숙도는 떠났던 철새들이 돌아오고, 수많은 시민이 휴식을 위해 찾는 부산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실사단은 이처럼 자연 훼손 현장에서 생태 복원의 이정표로 탈바꿈한 을숙도를 둘러보며 부산세계박람회 부제 가운데 하나인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의 실현 현장을 목격하고 부산의 박람회 개최 의지를 체감하게 될 전망이다.
을숙도가 위치한 사하구도 실사단을 환영하기 위해 여러 행사를 준비하는 등 손님맞이에 발 벗고 나섰다. 실사단 방문에 맞춰 을숙도문화회관에서 'BIE 현지실사단 환영 열린음악회'를 개최해 환영 분위기를 적극 조성할 예정이다. 지난 1일에는 '다대포 세계인 한마당 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오래된 미래' 부산 북항…산업화 심장에서 세계박람회 부지로 탈바꿈
실사단은 부산 일정 이틀째인 5일 부산 북항 일대를 둘러본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예정 부지가 포함된 만큼 이번 실사의 핵심 일정 중 하나로 꼽힌다. 실사단은 부산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지역이자, 향후 부산의 발전을 이끌 북항을 둘러보며 부산의 과거와 미래를 체험할 예정이다.
북항은 1876년 우리나라 첫 근대 무역항으로 개항한 뒤 부침을 겪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수탈품 수송로로 활용됐고, 6·25전쟁 이후 원조물자 수송기지 역할을 하는 등 아픔이 있었다.
전쟁 이후 경제 발전 계획과 함께 북항도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수출 전진기지로서, 나라 경제를 키운 '산업화의 심장' 역할을 했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80~90%를 처리하며 전 세계 5위 항만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부산 북항 친수공간. 부산항만공사 제공이후 항만 기능이 부산 신항으로 이전되면서 북항은 해양 물류 거점의 지위를 잃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과 함께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 부지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축제의 장이자 새로운 시대의 성장 동력으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북항의 발전과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는 인근 원도심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지자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구는 4일 박람회 도착에 맞춰 부산역 일대에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고, 중구도 용두산공원 일대에서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각종 행사를 마련한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 부산의 과거가 던지는 평화 메시지
유엔기념공원은 6·25전쟁에 참전한 11개 나라의 전몰장병 2300명이 잠든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전쟁 중이던 1951년, 유엔군사령부가 파병 장병 유해를 안장하기 위해 묘지를 조성했다. 종전 이후 유엔이 '유엔기념묘지'로 지명한 이후 공식적인 유엔군 묘지로 관리되며 지구촌 평화와 연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로 꼽히고 있다.
BIE 실사단은 6일 오전 이곳을 찾아 묘역 참배와 식수 행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이 자리에서 실사단에게 '박람회를 통한 세계 평화 구현'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과거 전쟁의 상흔을 딛고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이룬 부산의 저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유엔기념공원에서 플로깅 참가자들이 태극기 형상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부산 남구 제공유엔기념공원 소재지인 남구 역시 이런 의도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유엔기념공원 일대에서 '변화와 염원'을 주제로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 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 300여 명은 환경 정비와 동시에 스포츠 타월이나 우산을 활용해 태극기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BIE 실사단 부산 방문 첫날에는 유엔평화공원에서 사자탈춤, 사물놀이, 퓨전국악 등 전통공연을 펼치는 '얼씨구 EXPO! 지화자 NAMGU!'를 열어 평화를 위해 부산시민이 연대하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광안대교에서 엘시티까지…'랜드마크'가 보여줄 부산의 힘
유엔기념공원이 부산의 과거를 상징하는 곳이라면, 광안대교와 해운대는 활기 넘치는 부산의 현재를 보여주는 장소다. BIE 실사단은 같은 날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을 방문해 부산시가 마련한 '2030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불꽃쇼'를 관람할 예정이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리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한 불꽃쇼에는 최대 100만 명에 달하는 부산시민이 모여 박람회 유치를 위한 열망을 표출한다.
실사단이 방문하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매년 부산불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2005년 첫 축제 이후 부산 최대 규모의 축제이자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성장했다. 매년 축제 때면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화려한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모이지만, 20년 가까이 인명사고 등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한 축제'의 모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부산불꽃축제. 부산시 제공부산시는 이번에 마련한 특별 불꽃쇼를 통해 광안리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공연과 함께 부산의 안전 관리 능력과 박람회 등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광안리해수욕장이 있는 수영구 역시 이에 발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개최한 '광안리 M드론라이트쇼'에서는 드론 1500대를 동원해 박람회 유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각종 공연을 선보였다. 박람회 유치 열망과 우리나라의 친환경 첨단 기술 역량을 동시에 증명해냈다는 평가다.
한편 실사단 숙소가 있는 해운대 엘시티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로, 광안대교와 마찬가지로 부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힌다. 오찬 등 각종 행사가 마련돼 실사단이 가장 긴 시간 머무는 곳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광안대교와 엘시티, 세계적인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 등을 통해 부산의 눈부신 발전과 역량을 보여주고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사단 방문 일정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