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당선자와 노옥희 교육감의 동생 노덕현씨가 6일 선거 캠프에서 당선을 기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창수 선거캠프 제공울산시민들은 고(故) 노옥희 울산광역시교육감이 심은 교육 정책의 열매를 보길 원했다.
그 바람은 4·5 울산광역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노 교육감의 갑작스런 별세로 치러진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다.
천 당선자는 노 교육감의 남편이자 노 교육감이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다. 아내 노 교육감에 이어 남편 천 당선자가 교육감이 되면서 부부가 함께 울산교육을 일구게 됐다.
노 교육감이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울산교육을 우리나라의 공교육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밭을 다시 일구게 된 것.
1958년 경남 김해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천창수 당선자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다.
김해중학교 합격 통지를 받은 며칠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1976년 서울대학교 사범대에 입학했다.
4·5 울산광역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한 천창수 후보가 6일 당선이 유력시되자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반웅규 기자대학 근처 신림동 달동네 야학에서 영어교사로 일주일 3일 이상 아이들을 가르쳤다.
1978년 광화문에서 박정희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다 체포돼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다.
학교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1980년 유신정권이 끝나고 3월 복학, 1982년 졸업을 했지만 교직 발령이 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서울시교육청의 항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들리는 얘기는 안기부에서 금지시켰다는 것.
천창수 후보가 지난 3월 23일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출정식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반웅규 기자천 당선자는 1983년 정수직업훈련원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훈련원 추천으로 현대중전기(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1984년 운명의 '짝' 노옥희 교사를 만났다.
노 교사는 손목이 잘리는 산재를 당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한 제자의 사건을 계기로 노동실태 조사를 했었다.
천 당선자는 조사 과정에서 도움을 주면서 노 교사와 가까워졌고, 두 사람은 1989년 결혼했다.
1988년 회사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임금과 단체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파업이 길어졌다. 이어 천 당선인은 해고를 당했다.
2002년~2001년 민주노총 금속연맹 울산본부장을 맡으면서 해고 ·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노동 운동에 앞장 섰다.
2002년 기다리던 교사 발령이 났다. 딱 20년 만이다. 서울 신림고에서 1년 근무를 하고, 그 다음 해 가족이 있는 울산으로 내려왔다.
이후 19년 동안 방어진고, 화암고, 화진중, 화암중 등 2021년까지 평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했다.
수업을 할 때는 '질문이 꽃 피는 교실'을 꿈꿨고, 스스로 질문하는 아이들은 그를 언제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교사로 기억했다.
천 당선자가 작성한 수업일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수업을 하고 나면 빠지지 않고 썼던 게 수업일지였다.
19년 동안 1만2천회가 넘었다.
수업시간 아이들의 반응을 알아야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천 당선자의 설명이다.
천창수 후보가 지난 2월 26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웅규 기자노옥희 울산교육감 당선 이후, 천 당선자가 평교사로 있으면서 교사 해외 탐방을 포기한 일도 뒤늦게 알려진 이야기다.
당시 천 당선자는 교사로 해외 탐방에 갈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과 자격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공직자 배우자는 좀 달라야 한다, 사람들이 혹시 특혜로 오해할까 봐 엄격한 기준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외 탐방을 포기했다.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을 만났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청소년 독서 모임 '날개'와 역사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가 동료 교사들과 만든 독서모임과 연구모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천 당선자는 북유럽교육복지연구회 활동을 통해 선진국의 교육거버넌스, 학교공간, 교육법제, 교육복지 등을 연구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 당선자가 6일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웅규 기자 퇴임 이후에도 교육 활동을 이어갔다.
여러 사정으로 어려움에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육복지 이음단' 활동을 했다. 학습 능력이 부족한 느린 학습자를 돕기 위해 핀란드 교육 과정을 활용했다.
천 당선자는 보궐선거 예비후보를 등록한 이후에도 2월말까지 교육복지 이음단 활동을 했다.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천 당선자의 고집(?)이었다는 게 주변의 말이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집계 결과, 4·5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천창수 후보는 15만3140표(61.94%)로 당선됐다. 김주홍 후보는 9만4075표(38.05%)를 받았다.
총 유권자 93만7216명 가운데 24만8332명(26.5%)이 투표했다.
지난해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 울산교육감 선거에서는 노옥희 후보 26만6647표(55.03%), 김주홍 후보 21만7863표(44.96%)를 각각 얻었다.
천창수 후보가 울산CBS 시사팩토리 100.3에 출연해 방송 녹화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반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