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삼성전자가 결국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다. 인위적인 감산 없이 반도체 한파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철회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반도체 업황 회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을 7일 발표했다. 연결기준 매출 63조 원에 영업이익 6천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와 95.7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59%, 영업이익은 86.08% 줄었다.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1조 원을 하회하는 '어닝 쇼크'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영업이익 4700억 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 전망한 적자 전환은 피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는 확실시된다. 앞서 시장은 반도체 사업부가 4조 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는 2009년 1분기 -65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반도체 '감산'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앞서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대신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연구개발) 비중 확대라는 '기술적 감산'으로 반도체 한파를 돌파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부진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 '다운 사이클'이 계속되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정은 반도체 업황 회복을 자극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미 감산 중이다. 여기에 마이크론은 지난해 D램 생산의 20% 감산 선언에 이어 최근 설비투자(CAPEX) 계획 수준을 낮추고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한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가격 동향지표인 DXI 지수가 전달 대비 △1월 -5% △2월 -6.9% △3월 -7.7% 등으로 하락폭을 키우던 상황에서 전체 생산량 감소는 가격의 '턴 어라운드'를 자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