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탑스코 밸리' 주립공원에 조성된 '무궁화 동산'. 권민철 기자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의 최대 도시 볼티모어 서편에 위치한 '파탑스코 밸리' 주립공원에 다섯 그루의 무궁화나무가 심어졌다.
미국에서 한글 홍보와 보급을 위해 활동해오고 있는 '아리랑USA공동체'라는 단체가 무궁화 나무를 기부 받아 식목일에 맞춰 심은 것이다.
이 곳을 찾는 한인 동포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 나라 사랑의 마음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목적에서다.
이날 심어진 무궁화는 다섯 그루 밖에 되지는 않지만 벌써 이 곳은 '무궁화 동산'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메릴랜드주 정부로부터 공원 내 부지 1천 평을 무궁화 동산용으로 특별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리랑USA공동체 장두석 회장은 "식목일에 맞춰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다섯 그루 밖에는 심지 못했지만 앞으로 이름에 걸맞는 공간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면서 "미국의 주립공원에 무궁화 동산이 조성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인 이민역사에도 남을 기념비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데는 이 공원 관리소장인 제이미 페트루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 공원 입구에는 이날도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큼지막한 한글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한글 인사를 '그린' 제이미 페트루시 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장두석 회장(왼쪽). 아리랑USA공동체 제공1.5미터 크기의 이 칠판에는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한글 인사 글귀가 내걸리고 있다.
페트루시 소장이 손수 만든 칠판에 자신이 직접 분필로 쓴 글씨다.
'썼다'기 보다는 '그린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로 그는 아직 한글을 잘 모른다.
그런데도 그는 한글 간판 뿐 아니라 한국의 웬만한 국경일까지도 챙기는 성의와 열의를 보이고 있다.
페트루시 소장은 CBS노컷뉴스에 "반경 5마일 이내에 한국계 미국인 1만 4천명이 거주중인 지역에 있는 공원으로서 한국인들을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돼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정부 공무원으로서의 임무를 언급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다.
16년째 이 곳에서 근무했다는 그는 공원을 찾는 많은 한국인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 공원은 메릴랜드주 최대 코리아타운으로 유명한 엘리콧시티와 접해 있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원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매일 많은 한국인들을 봅니다. 주로 10명씩, 15명씩 등산하는 시니어들(노인들)이 많습니다. 매일 보다보니 그들과 친구가 됐습니다. 그들이 한국말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일반화하기는 싫지만 이렇게 친절한 민족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한국 커뮤니티에 더 깊숙이 들어가길(dive into)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글 입간판을 내건 이후에는 한국의 국경일도 챙기기로 했다.
"미국인들이 미국 공휴일을 기념하는 것처럼 그들(한국인들) 역시 그들의 공휴일을 기념하길 바라겠지요. 인근 한국 교회와 아리랑USA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인들이 기념하는 8개의 공휴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습니다. 각 공휴일에 테이블을 준비하고, 국기(태극기)를 내걸었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우리와 방문객들은 이제 한 가족이 됐습니다. 아름다운 일이죠."
그는 올해 삼일절에는 기념 뱃지를 직접 만들어 이 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한국 국민들이 가장 중시하는 기념일을 공원 방문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공원에 조성된 '무궁화 동산'을 위해서도 9명의 직원을 데리고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했다고 한다.
공원과 인근 지역 주민들간 유대관계가 형성된 것을 보고 만족감이 커진 주정부에서도 흔쾌히 '무궁화 동산' 조성를 허락했다고 한다.
"공원 앞 도로는 앞으로 한국 길(Korean Way) 같은 이름으로 새로 불릴 겁니다. 이 곳에서 저는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민간 대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제가 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