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임. 연합뉴스북한이 지난 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 군 통신선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뒤로 이같은 상황이 사흘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술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로 미뤄볼 때 고의적으로 응답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9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 군 통신선 업무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 지난 7일과 8일 오전·오후에 이어 사흘째 무응답 상태다.
남북간에 유선으로 연결된 직접적인 통신선은 통일부가 평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5시 마감통화를 진행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함께 국방부가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4시 마감통화를 하는 동서해 군 통신선이 있다. 군 통신선은 주말에도 운영한다.
북한이 응답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은 우리 측 구간 통신선 점검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점에 미뤄볼 때, 북한 측 구간 통신선의 기술적 이상과 함께 의도적인 응답 거부 가능성 모두를 열어두고 있다.
일단 지난해 10월에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에는 응답하지 않았는데 군 통신선에는 응답했던 사례가 있다. 유선통신 특성상 과거에도 태풍과 폭우 등 기상 상황에 따라 통화가 끊겼다가 다시 연결된 사례가 많다. 하지만 그럴 경우 이러한 사례처럼 한두 군데만 끊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의도적인 응답 거부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이 있을 공산이 크다. 2021년 8월에도 북한이 전구급 한미연합훈련인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에 대한 반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직후부터 통신에 응답하지 않았다가, 2개월이 지난 뒤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직후 재가동된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군사적으로는 최근 진행된 전구급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와 '전사의 방패' 연합기동훈련(FTX),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니미츠함을 필두로 한 항모강습단 전개를 이유로 거론할 수 있다. 그보다 폭넓은 정치적으로는 우리 통일부의 북한인권보고서 공개와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 채택도 꼽을 수 있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최근 한미연합훈련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 고조 상황에서 우리 측의 대북인권압박과 개성공단 차량의 불법 운행문제 제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의 폐쇄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서 연락통신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3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의 연락기능을 남북회담본부로 이관해 통합하면서 사무처 조직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최근에는 과거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통근버스로 쓰이던 현대자동차 '에어로시티' 버스가 평양 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지난 6일 통일부가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려 했지만 북한이 수령을 거부했다.
그러는 와중 지난 8일에는 관영매체를 통해 핵무인수중공격정(사실상의 핵어뢰) '해일-2'를 시험했다고 밝혀, 이같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통신선 또한 응답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을 군사적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경제(대북제재) 문제 등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