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시작한 산불이 건조한 날씨 속 강풍을 타고 경포 인근 펜션까지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강원 강릉에서 난 산불이 순간풍속 30m/s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부터 불이 난 강릉 지역을 포함해 양양·고성·속초·강원 북부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강풍주의보는 육상에서 21m/s 이상 순간풍속 26m/s 이상 예상될 때 발령한다. 지난 5일 강릉에 15㎜쯤 비가 내렸지만, 강원 영동 지역은 건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산림이 마른 상태다.
강원 동해안 일대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주요 이유로는 '양간지풍(襄杆之風)', '양강지풍(襄江之風)' 이라는 바람이 꼽힌다. 이 바람은 봄철 '남고북저' 기압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발생하며, 봄철 동해안의 태풍급 강풍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날 발생한 산불도 이러한 강풍 때문에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산림 당국은 8000L급 초대형 헬기를 비롯해 헬기 6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이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4~5월 양간지풍이 부는 날이면 강릉지역은 화재 위험성으로 바짝 긴장한다. 실제 강원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양간지풍이 거세지는 4월~5월에 주로 발생했다.
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시작한 산불이 건조한 날씨 속 강풍을 타고 경포호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3월 5~14일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강릉, 동해, 영월에서 일어난 산불은 2만923ha를 휩쓸었다. 특히 울진과 삼척에서 일어난 산불은 역사상 최장기간인 무려 9일(213시간) 동안 지속됐다.
1996년 4월 23일에 발생한 고성군 죽왕면 마좌리 산불은 사흘간 산림 3762ha를 태웠다. 2000년 4월 7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강릉과 동해·삼척·고성 4개 시·군 산림 2만3138ha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불은 8박 9일 동안 산림을 태우고 꺼졌다. 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주택 390동 등 총 건축물 808동이 불에 타면서 이재민 850명이 발생하는 등 피해액만 1072억 원이 넘었다. 강원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