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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료를 형제처럼 여기겠다.'
의료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의 윤리 의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제네바 선언'의 한 구절이다.
마찬가지로, 간호 교육의 '어머니' 격인 나이팅게일 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환자를 위해 헌신하며, 동료를 제 몸처럼 아끼겠다고 약속한 의료진들이 2023년 4월 현재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마주했다. '간호법'이라는 법안 전쟁에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늘 전쟁의 1차 승패가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단독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끝났다. 여당은 합의 처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여야 합의된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여당은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간호법 '중재안'을 제시했다. 원안인 간호법에서 간호사의 요구를 줄이고 대신 의사 면허 취소법은 본안보다 의사 면허 취소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이 중재안에 반대하며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여당의 중재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하는 대한간호협회 간호사와 함께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간호법은 지난해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으며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간호사의 업무 공간을 지역사회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법안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야당뿐 아니라 윤석열 당시 후보도 간호법 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던 여당이 입장을 바꿔 '반대'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 배경에는 의협의 강력한 반대가 자리잡고 있다. 의협은 간호사 활동 공간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확대되면 의사 등 타 영역의 업무를 침해할 뿐 아니라 그 피해는 환자가 받게 될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간호법과 함께 직회부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가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의사 면허를 최대 5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우린 이미 충분히 절차를 거쳤고, 내용도 우려를 반영해 수용해 왔기 때문에 이젠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통해 복지위에서 올린 이 법안들을 처리할 일만 남았다"며 법안 통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연합뉴스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다면 2차 전쟁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야당 주도의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 거부권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거부권 행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과 정부가 단체들에 중재안을 제시한 것도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간호협회측은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간호협회를 찾아 직접 약속한 사안"이라며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반면 의협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오는 25일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는 오는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열고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폐기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