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관련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성일 수신료국장. 황진환 기자수신료 납부 선택권부터 이중부담까지, KBS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13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아트홀에서 열린 수신료 이슈 관련 기자설명회에는 최선욱 전략기획실장, 오성일 수신료국장 등이 참석해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단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언급된 시청자의 수신료 납부 선택권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판결 외에도 방송법 등에 충분한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오 국장은 "텔레비전수상기(TV) 소지자는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규정(방송법 64조)에도 불구하고 납부 선택권을 부여하면 그 자체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제도가 존치되는 이상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수신료는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법을 어기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체납하게 되면 그에 따른 집행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들면서 "당시 방송 내용에 불만을 가진 시청자가 수신료 납부 선택권이 필요하단 문제를 제기했고,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수신료는 당사자가 납부 여부를 선택할 수 없고, 방송 내용 불만을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중부담'에 '사실상 세금'이라며 제기된 문제 역시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케이블TV 시청료와 이중부담이라는 항의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유료방송(케이블TV) 시청료와 특별부담금으로서의 수신료는 명백하게 성격이 다르며 TV를 소지한 사람만 부담해 일반 조세와는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 실장은 "헌법재판소는 수신료에 대해 '특별부담금' 성격을 가진 비용이라고 판결했다. 수신료뿐만 아니라 이 같은 부담금은 90가지 정도가 있다. 결국 그렇다면 다른 특별부담금도 수신료처럼 선택적으로 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라고 짚었다.
오 국장은 "KBS 방송 채널을 선택해 볼 수 있는 TV만 수신료가 발생하지 모바일의 경우는 수신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 여러 공영방송사들도 KBS와 동일하게 전력 공급 사업자(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를 비롯해 공적인 기관 혹은 사업자에 위탁해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다.
최 실장은 "해외 공영방송사들은 자신들의 환경에 맞게 다양한 수신료 징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KBS도 나름대로의 배경을 갖고 이런 제도로 수신료를 효율적으로 징수하고 있다. 형평에 맞는 징수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 위탁징수 제도는 효율성과 공평성 측면에서 어떤 국가의 제도와 비교해 보더라도 뛰어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도세에 포함된 물이용부담금과 비유하며 "수신료 분리징수는 수도세에 포함된 특별부담금을 분리해서 환경부 장관이 직접 징수하자는 문제와 결이 같다.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방법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만약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될 경우 KBS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까.
오 국장은 "분리징수로 사실상 징수 기반이 취약해지면 실질 수입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제도가 바뀌면 수신료 재원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비용은 2배 이상 추정되고, 한전은 그 이상 추정하기도 한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인용해 "공영방송은 공적 기능에서 나아가 언론 자유와 연결이 되어 있다. 수신료 재원이 위협 받으면 공영방송사업이 당장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BS가 방송 자유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재원조달의 문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징수에 대한 비용이 별도로 들어가면서 콘텐츠나 공익사업의 재원 일부를 사용해야 해서 아마 영향이 갈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금 KBS는 국가 안보, 공공 이익, 대외, 국제, 장애인 방송 등 일반 시청자들은 체감이 어렵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영역이 우선 위축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이 분리징수 근거?…"재원 독립성 위태로워"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관련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왼쪽)과 오성일 수신료국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대통령실 등 정치권을 향해서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넘어 공영방송의 새로운 역할과 선진화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제안했다. 애초에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제안에 동의한 비율 96%(약 5만 명)가 정책 추진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미지수이기도 하다.
최 국장은 분기마다 외부기관에 의뢰해 진행되는 최근 KBS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 68%가 긍정 답변을 했다는 점을 들면서 "국민제안에 헌법재판소 판결 부분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아쉽다. 조사 과정도 그렇다. 중복 투표 가능성도 제기되고, 중복 여부 자체를 대통령실이 알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학적으로 표집된 여론조사가 아니라서 이걸 갖고 이야기하는 게 적절한가 싶다. (공영방송 역할의) 각 분야에 따른 조사를 토대로 전체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신료 징수방식에 압박이 가해져 공영방송 '길들이기'란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신료 분리징수를 비롯, 공영방송에 대한 다른 의견들은 정치적 영역에서 적지 않게 들어왔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흔히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 분리징수 관련 문제는 여야와 어떤 입장을 떠나 재원 독립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오 국장에 따르면 수신료 제도 검토에 들어가는 영국도 2024~2027년까지는 물가 인상률에 따라 수신료 인상을 결정했다. 즉, 수신료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개선에 이르기까지 공영방송 재원은 차질 없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2028년 이후에도 여전히 공영방송 BBC에 공적 자금이 필요하단 방향성까지는 의견을 모았다.
오 국장은 "KBS 역할과 수신료 제도의 당위성에 대해선 사회적 의문와 불평,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문제에 대한 근본 개선이 필요하다면 징수방식에 대한 접근보다 큰 틀에서 제도적 논의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찾아 시대적 환경에 맞는 개선과 발전 방향을 찾아가는 게 정치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