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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檢수사관 출신 수상한 장로가 벌인 일…피해자의 절규

법조

    [법정B컷]檢수사관 출신 수상한 장로가 벌인 일…피해자의 절규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
    정명석을 교주로 삼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만행이 알려지며 그 어느 때보다 이단·사이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습니다.

    이번 주 '법정B컷'이 전해드릴 이야기도 법정에 선 한 괴상한 종교인(?)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A장로와 그의 부인인 B권사는 신도들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해 허위 고소를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무고 대상은 신도들의 가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이단과 사이비 종교인들이 그렇듯 A씨 부부도 신도들에게 가족을 상대로 허위 고소를 하게 해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난 공판에 출석한 피해자 가족의 절규 섞인 증언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너 성폭행 당한 적 있어"… 신도들에게 거짓 기억 주입 혐의

    2021년 7월 15일, 서울의 한 교회에서 활동하던 장로 부부가 재판에 넘겨집니다. 현직 검찰 수사관인 A씨 부부였습니다. 이들 부부를 도운 C집사도 기소됐습니다. 혐의는 '무고'였습니다.

    수사 당국이 파악한 이들의 범행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신도들에게 성적인 죄를 회개해야 한다며 '넌 과거에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거짓 기억을 주입한 겁니다. 그러면서 성폭행 가해자로 그들의 아버지 등 가까운 가족을 지목했고, 신도들로 하여금 허위 고소까지 하게 했습니다. 참고로 A씨 부부 등은 교회 내 이단 사이비 세력으로 규정돼 전원 출교 조치된 상황입니다.

    그렇게 A씨 부부와 C집사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6일, 올해 두 번째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김길호 판사) 심리로 열렸습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 신도의 가족들이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처음 증인석에 오른 이는 피해 신도 D씨의 외삼촌이었습니다. 그는 D씨를 성폭행했다는 허위 고소를 당한 무고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딸이 이상한 교회에 다니는 것 같으니 좀 알아봐 달라'는 누나의 부탁을 듣고 해당 교회를 조사하다 이후 무고 피해를 당했습니다.

    해외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그는 이날 증언을 위해 일부러 귀국했다고 합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검사 "조카한테 증인은 해당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한 적이 있나요?"

    외삼촌 "해당 교회를 안 가봐서 저는 몰랐고요. 누나가 부탁해서 가봤습니다"

    검사 "그게 언제인가요?"

    외삼촌 "2016년 7월 아니면 8월입니다. 제가 한국에 왔을 때입니다. 예배를 한 번 드리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A씨와 부인 B씨가 영적인 어머니다, 은사자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검사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은사자, 사역이 무슨 뜻인가요?"

    외삼촌 "은사자라고 하면 교회에선 성령의 은사라고 하는데요. 그 얘기를 듣고 담임 목사에게 제가 계속 가보겠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반 성도가 은사 사역을 교회에서 주도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교회에 처음 갔을 당시 상황을 설명한 외삼촌은 이후 무고를 당한 상황에 대해 증언합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검사 "증인은 2019년에 조카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으로 고소됐죠?"

    외삼촌 "네"

    검사 "4살 무렵에 영화관에서 그런 적 있나요?"

    외삼촌 "없습니다"

    검사 "6살에는 외갓집 관련 내용"


    외삼촌 "없습니다"

    검사 "유럽의 한 선교 단체에서 머물렀을 때 내용은요?

    외삼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제 방에서 단독으로 만난 적도 없고 남자 숙소라서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검사 "(조카는) 자기 몸에 있는 자극(刺戟)이 피해의 증거라고 했죠?"

    외삼촌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검사 "조카를 (무고로)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외삼촌 "제 조카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떻게 조카를 고소합니까? 이 아이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학대 당했을까… 그 충격 밖에 없습니다"

    외삼촌은 해당 교회 장로였던 A씨와 그의 부인 권사 B씨, 집사 C씨가 보인 행동에 대해서도 털어놓습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검사 "이후 증인은 누나와 해당 교회를 간 적이 있고, 그때 A씨 부부와 C씨가 있었죠?"

    외삼촌 "네"

    검사 "그들이 조카에게 동성애가 있었고, 회개를 하다 보니 그 뿌리에 삼촌이 있었다고 주장했죠?"

    외삼촌 "네.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검사 "A씨 부부 등이 옆에서 지시했나요?"

    외삼촌 "네. 옆에서 (조카한테) 똑바로 얘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카가 교회 사람과 동성애가 올라왔다고 했고 동성애가 성폭행의 증거라고 했습니다"

    검사 "말하는 것이 유사했다는 것이죠?"

    외삼촌 "네. 똑같은 표현을 조카도 썼습니다"

    검사 "A씨도 개입했다고 생각하나요?"

    외삼촌 "당연하죠. A씨 부부와 C씨가 함께 사역했고, A씨도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검찰 수사관 적 관점에서 물어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략) A씨도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못하도록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외삼촌이 증언을 이어가는 동안은 물론 이날 공판 내내 B씨는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앉아 있었습니다.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A씨 부부는 재판에 넘겨진 직후 "무고 목적이 없었고, 신도들이 말한 피해 내용이 허위 사실인지도 몰랐다"는 논리로 방어에 나섰습니다. 이날 공판에서도 A씨 측은 그러한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변론에 나섰습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A씨 측 변호인 "증인은 2016년 8월에 누나의 요청으로 교회에 갔는데, 별 다른 이상한 것은 없다고 검찰 조사에서도 답했죠?"

    외삼촌 "사역을 본 적은 없으니깐요. 예배를 한 번 드리고 문제점을 발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A씨 측 "누나한테도 상황을 얘기했죠?

    외삼촌 "교회 느낌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역자, 은사자라고 말한 것은 위험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은사 사역, 기도 사역이 위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서 제가 교회 목사한테 한국 갈 때마다 방문한다고 했습니다"

    A씨 측 "당시 조카는 증인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사과를 요구했죠?"

    외삼촌 "반대 사실을 얘기하시는데요? 조카가 사과 요구한 적 없습니다. 제가 얘기를 하려 하니 A씨가 나중에 얘기하라며 저를 내보냈습니다"

    A씨 측 "그 말에 반박하거나 이의 제기를 한 사실이 있나요?"

    외삼촌 "그런 일 없다고 했고, 사역이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카 말에는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조카의 눈을 보니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믿고 얘기하는 것으로 보여서 큰 충격이었습니다. 조카가 그것을 믿고 있다면 제가 반박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략) 완전히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했습니다"

    A씨 측 "거짓말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외삼촌 "(A씨 부부의 말을) 믿고 있다로 보였습니다"


    "그 착한 내 딸이…" 피해자 부모의 절규

    외삼촌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나고 이번엔 조카의 부모가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증인석에 오른 어머니는 상당히 힘겨워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무남독녀인 딸이 교회를 다닌 후부터 사이가 멀어졌다고 증언합니다. 특히 A씨 부부 등이 가해자와의 분리 등을 말하며 딸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 하고, 연락이 잘 안 될 것이라고 부모에게 통보했다고도 말합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검사 "딸이 토요 사역을 하면서 연락이 뜸해졌나요?"

    어머니 "네"

    검사 "자신과 엄마가 영적 간음 중이란 말을 했나요?"

    어머니 "매일 전화하던 딸이 전화를 하지 않으니 뺏겼다고 생각했고,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동생에게 교회에 가서 봐달라 했습니다"

    검사 "영적 간음이란 단어가 영적으로 교회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 집중한다는 것인가요?"

    어머니 "그렇죠"

    검사 "평탄하게 지냈는데 갑자기 연락을 안 했어요? 그래서 우울증 약도 복용했죠?

    어머니 "네. 지금도 먹고 있습니다. (중략) 딸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삼촌한테 성폭행 당했다고 소리를 쳤어요. 딸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는 딸 편을 들었어요. 제가 울면서 위로했어요"

    검사 "그 얘기를 듣고 집에 가는데 딸이 휴대전화 번호 바꾼 것도 알았나요?"

    어머니 "집에 가는 중에 B씨가 '딸이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수 있고, 당분간 통화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검사 "동생이 딸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의심한 적은 있나요?"

    어머니 "전혀 안 했습니다. ○○이도 제 딸이라 잘 알지만 동생도 내가 키운 애입니다"


    증언을 이어가던 어머니는 판사를 향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어머니 "판사님, 저 정말 죽을만큼 힘듭니다. 딸 하나인데 딸을 위해 살았는데 그 딸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바보여도 모르겠습니까? 판사님"

    판사 "네, 제가 잘 봐볼게요"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가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아버지는 다소 차분한 상태로 증인석에 올라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털어놓습니다. 그는 이들이 전형적인 이단 사이비의 느낌이었다고 말합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검사 "딸이 외삼촌한테 피해를 당했다고 말한다는 것을 아내한테 들었나요?"

    아버지 "네. 그래서 서울에 갔습니다. 황당했죠. 그때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검사 "4살 때 옥상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얘기했나요?"

    아버지 "처음엔 아무 생각도 못 했는데요. 집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데 4시간 넘게 걸리는데 올라오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생일이 느려서 숫자로 4살이면 실제로는 2살입니다. 그때 피해를 당했다는 게 좀 이상한 얘기죠. 또 당시 형편이 안 좋아서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에서 살아서 옥상 자체가 없었습니다"

    검사 "그때 피해 흔적을 발견하거나 그런 것도 없죠?"

    아버지 "바보가 아닌 이상 알지 않겠습니까? 4살이랑 옥상 이런 얘기가 나오면서 제가 의심한 것 같습니다. 신문이나 TV에서 나오는 이단 사이비가 아이들을 빼돌리는 것과 똑같은 느낌입니다"

    검사 "A씨는 '제가 수사를 많이 했다', '수사관의 관점, 촉감도 있는데 삼촌의 표정을 수사관적 입장에서 봤다' 이런 것을 강조하면서 얘기했죠?"

    아버지 "네"


    아버지를 상대로 변호인의 반대 신문도 이어졌습니다. A씨 부부 등이 무고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었습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아버지 "B씨가 휴대전화에 증거가 있다고 해서, 제가 그것 좀 달라고 했는데 B씨가 안 줬습니다. 안 주면서 하는 얘기가 고소 안 할 것 같아서 안 준다고 합니다. 전문가들도 부모와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A씨 부부와 C씨만 부모 분리를 얘기했습니다. 세 분, 분명히 기억할 겁니다"

    A씨 측 "이 사람들이 오(誤)기억을 입력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버지 "세 분이 잘 알지 않겠습니까?"

    A씨 측 "외삼촌은 이들이 모르는 사람 아니었나요?"

    아버지 "알고 있었죠. 2016년에 교회 가서 파고 다녔잖아요"

    A씨 측 "외삼촌은 교회에 대해 별다른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아버지 "그걸 저한테 물어보실 게 아니죠. 저희 집에서 젤 껄끄러운 사람이 외삼촌이죠"

    A씨 측 "누나 얘기를 듣고 2016년 8월에 교회 갔을 때 별다른 문제 없었고, 교회에 해도 끼치지 않았는데, 2018년에도 갔고요.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굳이 외삼촌에 대해 조작할 이유가 있나요?"

    아버지 "저한테 물어보기보다 세 분한테 물어보는 것이 빠르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이단 사이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모습이 '가족과의 분리'입니다. CBS가 오랜 기간 보도했던 신천지 등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이날 법정 증언으로 드러난 A씨 부부의 행위도 유사했습니다.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이 재판은 5월 또 다른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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