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황사가 한반도에 유입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경보 및 황사위기경보가 발령된 12일 서울 도심이 짙은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여 있다. 이번 황사는 지난 10일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11일 만주 지역에서 발원했다. 박종민 기자◇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오늘은 미세먼지에 대해 팩트체크를 준비해봤습니다.
◇ 조태임 > 네 몇 주 동안 미세먼지에 황사가 기승을 부렸어요. 봄이면 나들이 많이 다니고 꽃구경 가야 하는데 요즘 계속 '매우 나쁨'이 뜨니까, 밖에 나가서 산책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우리 보통 미세먼지는 중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말은 근거가 있는 건가요?
◆ 선정수 > 황사야 뭐 역사 기록에도 남아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있었던 자연현상인데요. 몽골, 중국의 사막지대에 모래폭풍이 불면 모래먼지가 편서풍 기류를 타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황사가 발생하면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집니다.
수도권과 충남 전북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인근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조태임 > 황사가 발생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같이 높아지는 거네요. 그럼 황사가 일어나지 않은 날의 미세먼지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거에요?
◆ 선정수 > 황사 이야기가 없는데도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되는 날이 있죠. 이럴 때는 보통 대기 정체 상황과 관련이 큽니다. 대류현상이라고 다들 배우셨을 텐데요. 찬 공기가 데워지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식어서 차가워지면 낮은 쪽으로 내려오는 현상이죠.
이게 지표면 온도가 낮으면 대류현상이 활발하지 못해서 공기가 위아래로 섞이는 혼합층 구역 높이가 줄어듭니다. 공기를 섞는 그릇이 작아지는 거죠. 그래서 아침에 미세먼지 농도가 짙고 기온이 오르는 낮에 조금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바람이 적게 불고, 대기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지표면 온도가 낮아서 혼합층이 줄어들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집니다. 여기에 외부로부터 오염물질이 들어오면 미세먼지 농도가 확 높아지는 거죠. ◇ 조태임 > 지표면 온도와 영향이 있었네요. 그래서 겨울에 미세먼지가 대체로 심한거군요.
미세먼지 이동에 관한 연구도 있나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2019년 11월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인데요. 당시 한중일 3국이 공동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자체기여율 그러니까
'자국의 미세먼지 중에 자국 생산분이 차지하는 비율'인데요. 중국은 91%, 일본은 55%, 한국은 51%로 나타났습니다.
◇ 조태임 > 그럼
우리나라 미세먼지 중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게 절반정도고 나머지는 바깥에서 들어온다는 이야기군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와 장기적으로 협력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을 전수하고 뭐 이런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고 있었는데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지만 보수진영에서 그렇게 비판하던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측정 분석을 강화하겠다. 양자 협력을 지속하겠다' 이런 내용인데요.
이게 그냥 쉬운 말로 하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줄이겠다' 이런 내용입니다.
연합뉴스◇ 조태임 >지금까지 국가 간 해결책에 대해 얘기해봤다면, 우리 일상에서 당장 미세먼지 흡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이가 있는 집은 대부분 공기청정기가 있어요. 그런데..'켜놓으면서도 과연 공기 정화될까' 이 생각을 하는데…이 공기청정기에 관한 팩트체크도 해볼께요.
'공기청정기 틀어 놓으면 바이러스 99.9% 제거된다' 이런 광고하면서 파는 제품들이 많아요. 실제 효과가 있나요?
◆ 선정수 > 공기청정기 업계의 과대광고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일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이후 매년 공기청정기 업체의 부당 표시·광고 행위를 단속했는데요. 2018년엔 삼성전자, LG전자 등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7곳이 부당 표시·광고 행위로 적발됐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7개 사업자는 공기청정 제품의 바이러스, 세균 등 유해 물질 제거 성능에 대해 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광고하면서, 실험 결과라는 점 자체를 은폐하거나 극히 제한적인 실험 조건을 은폐하고, 실험 결과인 "99.9%" 등의 수치만을 강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홈페이지 등에 실험조건을 제시하고 있기는 한데요. 정말 작은 글씨로 써 있습니다. 찾기 어려운 곳에 배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실생활 조건과 실험 조건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냉장고만한 크기의 실험 챔버를 이용하는데요. 여기서 얻은 결과를 미생물 99.9% 제거라고 표현하는 거죠. 우리가 실제로 사는 공간은 냉장고보다 몇배는 크니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죠. ◇ 조태임 >그리고 저 궁금한게,,,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실내 공간에 공기 청정기를 가동하게 되는데요. 창문 꽁꽁 틀어막고 공기청정기를 틀면 안심할 수 있는 건가요? 어떤 분은 집안에 공기가 더 안좋다고..미세먼지 많은 날도 환기 시켜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 선정수 >
창문을 꼭꼭 닫아놓고 초미세먼지까지 잡아준다는 공기청정기를 튼다고 해서 공기가 완전히 정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집안엔 우리가 숨 쉴 때마다 나오는 이산화탄소, 요리할 때 나오는 유해가스 등 공기청정기로는 걸러낼 수 없는 각종 오염물질이 계속 쌓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꼭 환기를 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기계환기 장치가 있는 집에서는 기계환기를 가동하시구요. 없으면 창문을 열어 환기합니다.
◇ 조태임 > 미세먼지 심한 날에는 마스크 많이들 쓰시잖아요.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항상 마스크 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미세먼지 심한 날 마스크 어떻게 써야할까요?
◆ 선정수 >
미세먼지 많은 날에는 건강 취약계층, 그러니까 노인, 어린이,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계신 분 등은 가급적 바깥에 나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게 우선이고요. 그리고 부득이하게 외출하실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시는데요. 보건용 마스크 KF 80이나 KF 94 마스크를 쓰시는 게 좋습니다. 코로나 때 여름에 더워서 못견뎌 하시는 분들 많으니까 KF-AD라고 비말차단용 마스크 얇은 것 승인해줘서 저도 그것 쓰고 다녔었는데요.
천마스크나 수술용마스크, KF-AD 마스크는 작은 입자를 걸러낼 수 없습니다. 코로나 때는 내 입에서 튀어 나오는 침방울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 건데요.
미세먼지는 우리 호흡기로 들어오는 작은 입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꼭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시라고 권합니다. ◇ 조태임 > 그리고 공기가 새는 곳 없이 얼굴면에 착 달라붙게 써야 되는 거구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마스크와 얼굴면의 틈이 벌어지면 아무리 높은 등급 마스크를 써도 무용지물입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조태임 > 미세먼지 많은 날 삼겹살 먹으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된다.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선정수 > 이건 예전에 탄광지역에서 광부들이 일하고 나서 삼겹살에 소주 드시면서 피로를 풀었다는 얘기에서 비롯된 건데요. 삼겹살이 미세먼지에 좋다는 이야기의 근거는 없습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 속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삼겹살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죠. 일단 가는 길부터가 다릅니다. 입속에 있는 먼지를 기름기로 씻어줄 것 아니냐고 하실 분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입속에 있는 먼지는 기름기로 씻으나 침으로 씻으나 물로 씻으나 위장으로 갑니다.
◇ 조태임 > 미세먼지 삽겹살도 근거 없음이군요. 미세먼지 언제부터 이렇게 심해졌는지 모르겠는데요. 갈수록 더 안좋아지는 것 같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사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연도별 서울 총먼지 농도를 보면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에는 183㎍/㎥,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179㎍/㎥였습니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76㎍/㎥이었습니다. 이후 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히 낮아졌습니다. 지난해는 18㎍/㎥을 기록했구요. 한 해 동안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36㎍/㎥ 이상)' 등급을 넘은 날이 전국 단위의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로 가장 적은 17일이었다고 합니다. ◇ 조태임 > 예전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체감하기에는 더 심해지는 느낌인데요. 여전히 우리 나라에서 맑은 하늘 보기 너무 힘들고요. 저절로 미세먼지가 개선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역대 정부가 여러가지 대기질 개선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실시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으로 예상되면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제한합니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도 유도해 왔구요. 예전에 시커먼 매연을 내뿜던 시내버스들은 전기차 또는 천연가스버스로 바꾸고 있죠. 요즘엔 디젤 시내버스를 찾아보기가 더 어려울 지경입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사업장과 공사장은 조업시간을 단축하기도 합니다. ◇ 조태임 > 예전에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이런 보도가 있었잖아요. 굉장히 논란이 많이 됐었는데요.
◆ 선정수 > 2016년 5월 환경부는 '요리할 때는 꼭 창문을 열고 환기하세요!'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 언론에서는 이 보도자료에 포함된 고등어 구이 중 미세먼지 발생 조사 사례에 주목했는데요. 자료에는 고등어를 구울 때 초미세먼지(PM2.5)농도가 2400㎍/㎥으로 가장 높고, 고등어 다음으로는 삼겹살 1360㎍/㎥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숫자가 나와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언론들이 고등어가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인 것처럼 잘못 의미를 부여했죠.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굽고 튀기면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게 당연합니다. "요리 중에는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황사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과 같이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구이, 튀김과 같은 요리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게 당시 환경부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 조태임 > 미세먼지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확인해봤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 나왔다면서요?
◆ 선정수 > 네 <가짜과학 세상을 여행하는 팩트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제가 쓴 책인데요. 일상생활에서 모르고 지나쳤거나 귀찮아서 넘어갔던, 가짜과학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금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조태임 > 코로나 끝나서 실내에서 마스크 안 쓴다고 좋아했는데 요새는 또 밖에서 써야하는 상황이 돼서 참 씁쓸한데요. 미세먼지 없는 그 날이 오길 바라보면서 오늘 팩트체크는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유튜브 채널 '노컷', 팟캐스트, 오디오 클립을 통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