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원 제공세계적인 모험 작가를 꼽으라면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이나 '모비딕'의 허먼 멜빌을 꼽을 것이다. SF(공상과학)을 첨가하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대표작 '타임머신'으로 유명한 허버트 조지 웰스와 함께 19세기 과학소설의 선구자로 꼽히는 '해저 2만리'의 저자 쥘 베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19세기(1801~1900년)는 과학과 사상 분야에서 획기적인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진 데다 제국주의가 팽배하면서 열강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시대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과학기술이 등장하고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는 인간의 꿈은 소설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시기를 관통한 웰스의 SF 소설이 시간여행, 우주탐험, 유전공학, 투명인간, 외계인 등 완벽한 상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했다면, 베른의 소설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과 문명의 이기에 대해 다룬다.
어릴 적 학교 도서관이나 서점에는 해외 명작들이 다양한 번역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돌아보면 온갖 오역과 해적판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드는 바람에 원작과 번역의 오류는 무시되기 마련이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는 여름방학을 맞아 연안 일주 항해를 계획한 체어먼 기숙 학교 학생들이 폭풍우를 만나 외딴 무인도에 도착하게 되고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로 나라도 다르고 개성도 각각인 열다섯 소년들의 협력과 대립하며 위기를 헤쳐가는 모험을 다룬 소설이다.
동화로 유명한 이 책의 제목은 사실 '2년 동안의 방학'(Deux ans de vacances)이다. 1896년 일본판으로 번역하면서 붙인 제목이 우리나라 번역판에도 그대로 쓰였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소년들의 모험소설 같지만 실제로는 제국주의, 인종주의, 국민주의와 국가주의 등 당시의 시대상을 풍자와 현실성을 더해 담은 작품이다. 특히 쥘 베른의 19세기 서구사회의 낙관적 세계관이 투영된 작품이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글쓰는데 흥미를 더 느껴 '80일 간의 세계일주' '지구 속 여행' '달나라 여행' 등 80여 편의 장편소설을 남겼다. 그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산업혁명을 통해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나아가며 기술 혁신과 인간의 진보에 강한 신뢰를 보냈던 서구권의 시대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열림원 제공1828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 낭트에서 태어난 그는 바다와 미지의 세계 너머를 동경했다. 19세기 초에 태어나 20세기가 막 시작된 1905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책은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물론 팽창하던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며 불티나게 출간됐다. 그의 소설에 등장한 기계와 장치들이 훗날 실용화되는 경우도 많았다.
출판사 열림원어린이가 쥘 베른 탄생 195주년을 기념해 쥘 베른의 다섯 작품을 새로운 버전으로 출간했다.
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 넘나들며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쥘 베른 걸작선'(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 국내 베스트셀러 명작들을 옮긴 국내 최고 번역가인 김석희가 옮기고 해설을 더했다.
옮긴이는 번역 선집이 나와 있음에도 아동·청소년용으로 새로 다듬어 펴낸 이유에 대해 "당시엔 과학 지식을 보급하려는 취지에서 다양한 생물과 기술적인 정보가 장면에 따라 펼쳐지고 온갖 학술용어까지 나오지만, 21세기인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비현실적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설명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듬고 곁가지를 쳐내어 한결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원작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림이 적고 '글밥'이 많아 요즘 같이 디지털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싶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수십 쪽을 넘기게 하는 힘이 이 작품에 있다.
역사·인문학은 물론 과학기술과 자연사, 수리학 등 다양한 교양까지 접할 수 있다. 쥘 베른의 이야기들은 만화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재탄생하며 여전히 오늘날의 우리의 모험 공간에 들어와 있다.
어린 시절 쥘 베른의 모험소설을 읽고 자란 프랑스 대표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의 길을 열어준 선구자"라고 치켜세웠다.
쥘 베른의 모험소설 에디션은 '경이의 여행' 시리즈 중에서 엄선한 △지구 속 여행 △달나라 여행 △해저 2만 리 △80일간의 세계일주 △2년 동안의 방학-15소년 표류기 다섯 권으로 구성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험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하는 책이다.
쥘 베른 원작ㅣ김석희 옮김ㅣ열림원ㅣ각 권 1만 5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