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번주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성적표를 발표한다. 투톱의 반도체 성적을 합하면 8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화했지만, 하반기 반도체 업황 전망에는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투톱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6일, 삼성전자가 27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시장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3조 3400억 원에서 4조 1000억 원의 적자를 전망한다. 지난해 4분기 실적(-1조 8984억 원)이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한 분기 만에 그 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6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업 부분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적자가 적게는 4조 1000억 원에서, 많게는 4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분기 최고 실적으로 반도체 실적을 간신히 흑자(2700억 원)로 이끈 파운드리 부문도 3000억 원의 적자가 난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감산을 공식화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대해 시장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감산에 돌입한 상황에서 1위 삼성전자의 동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에서다.
실제로 D램 현물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현물가격은 실수요자의 매매 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들어 하락폭을 키우던 반도체 가격 동향지표인 DXI 지수도 14주 만에 반등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이내 물음표로 바뀌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수요처에도 재고가 상당량 쌓인 탓으로 분석된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메모리 재고는 생산 업체와 세트 업체, 그리고 유통업체에 걸쳐 매우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일단 유통 채널에 매수 문의가 일부 늘어난 정도에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즉 감산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추가 하락은 막았지만, 하반기 업황 회복을 위한 계기로 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컨퍼런스콜에서 추가 대책을 발표할지 관심이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이 업황 회복을 위해 감산을 결정한 이상, 업황이 예상보다 나쁘면 나쁠수록 감산의 규모는 계획 확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감산을 늘려 업황 회복을 당기는 편이, 어정쩡한 감산으로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하염없이 감가상각비가 헛되이 소모되는 것보다는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