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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일로 무릎" 또 설화 尹…여론 악화되는데 외교는 '마이웨이'?[정다운의 뉴스톡]

국방/외교

    "100년 전 일로 무릎" 또 설화 尹…여론 악화되는데 외교는 '마이웨이'?[정다운의 뉴스톡]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100년 전 일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어제 전해드린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내용이 국내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당은 이 문장에 '주어가 없다. 일본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일 것이다'라고 엄호에 나섰다가 실제 인터뷰를 했던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원문 녹취록을 공개하고, 그 문장의 주어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맞다, 이렇게 확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작년 말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말씨름을 벌였던 그 상황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외교부 담당하는 김형준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죠. 김 기자, 어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내용이 정확히 뭐였나요?

    [기자]
    윤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떠난 직후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기사에 나온 대목이 문제가 된 건데요.

    여기서 윤 대통령이 100년 전 일로, 그러니까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지금 보실 수 있을 텐데, 영문으로는 이렇습니다.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보시다시피 I, 즉 '나'라는 주어가 있고 '내가', 즉 '윤 대통령 본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쓰였는데, 국민의힘에서 어제 여기에 대해 기사에 오역이 있다는 의미로 반박을 했어요.

    유상범 수석대변인의 오늘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발언, 직접 들어 보시죠.
    "한글 원문을 보면 주어가 빠져 있어요. 이것으로 인해서 영어 번역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게 번역이 됐지만 전체 문맥 취지를 보면…"

    "해당 문장은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 바로 뒤에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것이 상식적이다", 유 대변인은 어제도 이렇게 논평했었는데요.

    [앵커]
    일본 입장에서 그런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그런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을 인터뷰했던 미쉘 예희 리 기자의 트위터 캡처윤석열 대통령을 인터뷰했던 미쉘 예희 리 기자의 트위터 캡처[기자]
    그런데 오늘 오전에 다시 반전이 일어납니다. 해당 인터뷰 기사를 썼던 워싱턴포스트의 미쉘 예희 리 기자가 트위터에 실제 발언을 녹취한 내용을 공개한 건데요, 이걸 보면 윤 대통령이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을 해요.

    [앵커]
    워싱턴포스트가 오역을 한 게 아니네요?

    [기자]
    네, 윤 대통령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한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 주장이 결과적으론 틀린 건데 장동혁 원내대변인, 오늘 기자들과 만나서는 "주어가 누구다라는 논쟁으로 흐를 게 아니라 앞뒤 맥락에 비춰 대통령의 의지가 뭐고 뜻이 뭔지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물러났습니다.

    당연히 기자들이 유상범 의원이 어제 한 얘기는 뭐냐고 따졌는데 "지엽적 논쟁으로 가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회피했습니다.

    사실 이런 건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거든요. 왜냐면 저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1대 1로 만나서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이런 중요한 인터뷰를 할 때는 양측 다 녹음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헷갈릴 때 이 분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기사를 쓸 수가 있습니다.

    [앵커]
    서로 양해를 구하고 녹취를 하죠.

    [기자]
    그러니까 그 녹음한 걸 확인해 보면 윤 대통령이 실제로 어떤 얘길 하셨는지 다 체크가 되는데 왜 무리하게 엄호에 나섰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
    확인만 해 봤어도 될 텐데… 그러면 일단 사실관계는 정리가 된 거예요. 여권에서 무마를 해 보려고 했지만 결론은 윤 대통령 본인이 생각했을 때 '일본이 100년 전 일로 사과할 필요 없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잖아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해 보이는 발언인 건 맞죠?

    [기자]
    뭐 일단 일제 식민지배 피해국인 우리 입장에서 국민 정서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일지 좀 의문이고요.

    크게 2가지를 거론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우리가 일본과 관계를 회복한다고 해서 역사 문제를 아예 덮고 지나가자, 이런 건 아니거든요.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사실 유럽과 비교했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거의 지독할 정도로 나치를 청산했었고요, 반면 일본의 경우 오히려 역사 수정주의, 조금 더 쉽게 말하면 과거 역사에 대한 왜곡 움직임을 특히 최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일외교에서 명분상 우위가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런 이유 때문이거든요. 도덕적인 우위가 우리한테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레버리지가 외교적으로 있는 건데 이렇게 되면 가해자인 일본이 갑이 되고요, 피해자인 우리가 을이 돼 버리는 역전이 일어납니다.

    근데 또 일본의 외교안보전략이 그리는 큰 그림이 미국과의 동맹을 기축으로 영국, 호주와도 비슷한 관계를 맺고, 그러니까 쿼드죠. 호주와 함께 비슷한 관계를 맺는 건. 또 동남아,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도 우호협력을 강화하는 건데요, 어떻게 보면 2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과도 조금 비슷한데 조금 더 쉽고 익숙한 말로는 대동아 공영권이라고 얘길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영일동맹의 부활까지 노리는 거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것 자체도 2016년에 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결국은 이게 일본 나름대로 국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앵커]
    우리가 이런 전략에 말려들어갈 필요가 전혀 없는데 스스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란 거네요? 또 다른 문제는요?

    [기자]
    이건 명분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데 과연 그런 전략과 정책이 외국이라고 납득을 시킬 수 있겠느냐입니다.

    2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골대를 옮기는 나라다", 쉽게 말해서 여러 번 일본이 사과를 했는데 계속 사과 요구를 한다, 뭐 이런 취지로 얘기를 한 건데요.

    이 말이 맞느냐 틀리냐와는 또다른 문제로 이건 다른 방향에서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사실 국내 여론하고 자꾸 어긋나는 전략과 정책을 실행하게 되면 외국 입장에선 그 나라가 같은 걸 계속할 수 있다고 믿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론이 안 좋으니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몇 년 뒤에는 정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 연구위원입니다.
    "국내 여론이 호응하지 못하는 그런 메시지들이 나왔을 경우에 향후에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국내 여론이 좋고 거기에 대해서 이제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라는 것도 이루어질 수 있는 거고, 그랬을 때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데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라는 것도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고요."

    [앵커]
    그러니까 윤 대통령이 일본에 이렇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도,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추후에 정권이 바뀌면 또 일본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 일본 입장에서도 당장 윤 대통령이 손을 내밀어도 호응하기 어렵다? 이런 말인 거네요.

    그러니까 실제로 지금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손을 내밀고 있는데 일본이 4년 전 우리에게 취했던 화이트리스트, 수출 심사 우대국 복귀를 지금 거부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이것도 오늘 전해진 소식인데요.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오늘 각의, 그러니까 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의 자세를 신중하게 살펴보겠다"며 우리나라의 화이트리스트 복귀에 대해 신중론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자체도 4년 전에 우리 대법원 판결에 일본이 자의적으로 반발해서 이런 조치를 취한 거니까, 잘 생각해 보면 일본이 무슨 호의를 베풀거나 이런 게 아니예요.

    백 번 양보해서 우리는 이미 (일본에 대해) 화이트리스트 복귀 조치를 했어요. 그런데 일본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과 정책이 지금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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