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해협이 아닌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규정하기는 했지만 윤 대통령이 그동안 대만해협을 지목해 '힘에 대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천명한 만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미 정상은 이날 회담을 마친뒤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서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하였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민감한 영토.주권 문제로 간주하는 대만해협과 관련해서는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재확인'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표현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바로 다음에 등장하는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물론 대만해협을 지목하지 않고 그 범위를 '인도-태평양'으로 넓혔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돌아봤을때 양 정상이 대만해협 문제를 포함해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해협에서의)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가뜩이나 윤 대통령의 방미가 불편한 중국은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중국 정부 외교 사령탑 친강 외교부장의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 하는 사람은 불타 죽는다"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런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돼 정상회담 전에 공개된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되풀이했다.
이후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이나 중국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라는 내용이 채택됐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친강 외교부장의 막말에 가까운 비판 이후에도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은 물론이고,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 노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중국의 대응은 '말폭탄'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이 대중국 고립전선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공동성명을 내놓은 만큼 중국이 향후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