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OVO 남자 아시아 쿼터 단체 사진. 한국배구연맹한국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5일부터 27일까지 제주 한라체육관과 제주 썬호텔에서 2023 남자부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지난 21일 여자부가 먼저 드래프트를 실시했고, 27일 남자부 7개 구단 감독들의 선택으로 남녀부 트라이아웃이 모두 막을 내렸다.
아시아 쿼터는 2005년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다. 구단의 선수 운용 효율성 증진과 다양한 국적의 선수 출전을 통한 리그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다. 또 아시아 시장 해외 방송권 판매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국내 학교 재학 외국인 선수들에게 국내 선수 생활 지속 기회도 줄 수 있다.
여자부는 국가대표, 클럽 일정 등으로 트라이아웃 기간 연습 경기 참가가 어려운 선수들을 배려해 별도의 테스트 없이 비대면으로 드래프트를 열었다. 6개 국가 23명의 선수들이 지원해 V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여자부 7개 구단은 모두 빠짐없이 선수를 지명했다. IBK기업은행이 1순위 지명권을 받고 최대어로 꼽힌 태국 출신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30·173cm)를 선택했다. 나머지 6개 구단도 모두 선수를 지명해 각각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했다.
2023 KOVO 남자부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 연습 경기. 한국배구연맹남자부에는 7개 국가 24명의 선수들이 지원했다. 지난 25일과 26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기량을 점검받았고, 27일 제주 썬호텔에서 남자부 7개 구단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첫 아시아 쿼터 선수 옥석 가리기에 나선 남자부 7개 구단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수 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신중을 기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의 기량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코트에서 경쟁자로 만난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가 실수를 했을 때는 격려를 해주는 등 따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코트 밖에서만큼은 경쟁자가 아닌 배구를 통해 만난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V리그에 도전하는 사연도 각양각색이었다. 그 중 몽골 출신 미들 블로커 듀오 바야르사이한(25·197cm)과 에디(24·198cm)의 사연이 현장 관계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두 선수는 고교 시절이던 지난 2017년 배구 선수의 꿈을 품고 한국으로 건너와 배구 명문 순천제일고에 입학했다. 졸업 후 바야르사이한은 인하대, 에디는 성균관대로 진학해 대학 리그에 뛰어들었고 자연스레 V리그 입성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몽골 듀오 바야르사이한(왼쪽)과 에디(오른쪽). 한국배구연맹일반 귀화를 통해 V리그에 도전하려 했던 두 선수는 귀화 관련법이 바뀌면서 좌절하는 순간이 있었다. 5년 이상 세금을 낸 이력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소득이 없는 두 선수는 V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잃을 뻔했다. 하지만 아시아 쿼터 제도의 첫 도입으로 꿈에 그리던 V리그 입성의 기회를 다시 잡았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두 선수는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 남자부 7개 구단 감독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에디가 1순위 지명의 영예를 안고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바야르사이한도 4순위로 OK금융그룹의 지명을 받으면서 2023-2024시즌부터 꿈에 그리던 V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프로 경력이 전무한 일본 출신 리베로 이가 료헤이(29·171cm)도 눈길을 끌었다. 자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2순위로 한국전력의 선택을 받아 퇴사를 하고 V리그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남은 구단들도 모두 선수를 지명했다. 이로써 다음 2023-2024시즌부터 남녀부 총 14명의 아시아 쿼터 선수가 V리그에서 뛰게 됐다. 앞으로 아시아 쿼터 선수들이 V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