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미국 경기가 확연히 꺾이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고개를 들면서, 영향을 직접 받는 우리 경제가 가뜩이나 위태로운 상태에서 사면초가 처지까지 몰리고 있다. 넘쳐나는 변수 속에 전망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지만 경기침체 가능성만 점차 분명해지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 GDP 증가율은 1.1%로, 시장 예상치 2%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2.6%의 반토막도 안된다. 경기침체가 시작한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 강력한 긴축 정책의 여파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1분기 미국 민간 투자는 12.5% 급감하면서 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렸다.
그나마 1%대에서 미 성장률이 버틴 건 소비지출이 늘었기(3.7%) 때문이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기업들의 경기 악화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한 디즈니를 비롯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실업은 소득 감소->민간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는 미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경제매체 CNBC는 "1970~1980년대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은 저성장,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률이 특징으로 한다. 현재 해당하지 않는 건 높은 실업률 뿐"이라며 "그러나 기업 해고가 늘어나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변곡점에 서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해 점점 더 비관적으로 바뀌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성장률 부진에 경기침체 전망까지 잇따르면서 미국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파장이 우려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 경제마저 뒷걸음질 경우 우리 경제는 기댈 데가 없어진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연합뉴스아직 물가와의 싸움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미 연준이 5월 2~3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0.25%p 또 올릴 것으로 보이는 것 역시 우리 경제엔 큰 부담이다. 경기 둔화 징후에도 연준의 통화정책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은 1분기 기준 4%대로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훨씬 웃돌고 있어 금리 인상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미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현재 1.5%p로 22년여 만에 최대치로 벌어져 있다. 그만큼 한국보다 금리가 높은 곳으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수출 부진에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이 기초체력(펀더멘털) 면에서도 부정적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한미 금리 역전은 수출 부진과 결합해 우리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조사 전문업체 피앰아이가 전국 만19~5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30.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역대 최대의 위기' (28.7%) →'98년 외환위기와 비슷'(21.6%)→'코로나 충격일 뿐 일시적 위기다' (19.4%) 순으로 집계됐다. 향후 국내 경기에 대해선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55.5%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고, 좋아질 것으로 본 비율은 18%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