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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노조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제정하라"

사건/사고

    사회복무요원 노조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제정하라"

    사회복무요원 노조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생계유지 어렵지만…겸직 허가 받기도 쉽지 않아
    복무지도관·복무기관장으로부터 부당 대우 받기도
    전문가들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제정 등 필요"
    노조 "겸직제도 신고제 전환·주거비용 지원·최저임금 보장" 등 요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복무요원들이 생계 곤란을 겪고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오후 1시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거나 복무지도관·복무기관장의 갑질에 시달리는 등 각종 고충을 겪고 있다며, 병무청에 겸직제도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최저임금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지난해 3월 전국에 있는 6만여 명의 사회복무요원의 권리를 지키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결성됐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당했다. 이후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법외노조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제보들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들은 낮은 급여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월급(2023년 기준 이등병 월 60만 원)은 현역병과 동일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은 영지에서 생활하는 현역병과 달리 주거비와 식비, 통신비 등 각종 생활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복무요원 장민수(가명)씨는 하루 8천 원을 내고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근무지까지 2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탓에 근무지 주변 작은 아파트 계약을 앞두고 있던 와중,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이유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거부당한 것이다. 월급 60만 원으로는 월세를 감당할 수도 없지만, 병무청은 주거와 관련해 어떠한 금전적인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씨는 생계 유지가 곤란한 상황이지만, 사회복무요원은 복무기관의 겸직 허가를 받기도 어려워 겸직 또한 쉽지 않다. 사회복무요원이 겸직하려면 복무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에는 '본인 또는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겸직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겸직 허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로는 겸직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가 많다.

    한 사회복무요원은 "겸직 신청을 했지만 복무기관장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안된다고 통보했다"며 "겸직에 대한 권한이 복무기관장에게 있어서, 복무기관과 갈등을 겪는 사람은 겸직을 신청할 엄두를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노조 긴급제보센터에는 사회복무요원을 지도하는 복무지도관이나 복무기관장으로부터 갑질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제보들도 접수됐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복무요원 이진훈(가명)씨는 복무기간 중 우울증을 진단받은 뒤 정신과에서 3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질병이 악화되자 결국 복무지도관에게 복무기관을 재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도관은 "이런 얘기를 하기 뭐하지만, 샘플을 보여주겠다"며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증빙자료로 제출한 자해 사진을 이씨에게 보여주며 복무기관 재지정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병역법상 '복무기간 중 질병이나 심신장애의 발생 또는 악화로 인하여 복무하고 있는 기관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복무기관 재지정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겸직 허가와 복무기관 재지정 권한을 모두 가진  복무기관장의 갑질에 시달리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있다.

    서울의 한 아동센터에서 복무중인 김성환(가명)씨는 국민 신문고를 글을 올리기 전까지 6개월 동안 복무기관이 아닌 교회 청소를 매주 도맡아 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무요원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직장갑질119 하은성 노무사는 "현행법상 사회복무요원은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병역법 개정을 통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등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병무청에 △겸직제도 허가제→신고제 전환 △중식비 인상·주거비용 지원 △행정분야 폐지방침 철회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제정 △4급 사유 업무 거부권 부여 △복무기관 긴급재지정권 부여 △복무지도관 확충·고충해소 실현 △4급 사유 유급병가 확대 △최저임금 보장 △ILO협약 준수·강제노동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복지요원 처우 개선을 위한 10대 요구를 내놓았다.
     
    또한 노조는 이날부터 3주간 복무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도 노조와 병무청은 앞서 한 차례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서울지방병무청이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며 영등포경찰서를 통해 기자회견을 '불허'한다고 통보해왔다"면서 "병무청은 기자회견을 막을 근거가 없고, 서울지방병무청에 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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